사산아를 유도 분만하던 중 발생한 산모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담당 의사가 구속되자 이에 항의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집회가 20일 서울역광장에서 400여명의 산부인과 의사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대한산부인과, 대한산부인과 학회, 대한모체태아학회등 관련 단체들이 총출동했다.

대구지법 형사부가 담당 의사에게 지난달 말 안동의 한 산부인과 원장 A씨에게 금고 8개월형을, 담당 간호사에게 징역 8개월ㆍ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A씨를 구속하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이에 항의 궐기대회를 갖기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사산아 유도분만을 시행 중 산모의 ‘태반조기박리’에 따른 과다 출혈임에도 담당 간호가 ‘활력징후’(Vital Signs)를 측정하지 않았고 의사는 이의 감독 관리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의 1심판결에선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었다.

태반조기박리(Placental Abruption)란 태반은 태아가 분만된 뒤 떨어지는 것이 정상인 데 반해 아직 태아가 만출되기 전에 태반이 먼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또 활력징후란 환자의 체온 호흡 맥박 혈압 등을 측정해 건강 상태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이에 대해 활력징후 측정을 한번 누락했다고 해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태아가 자궁 내에서 사망한 경우 경험 많은 산부인과 전문의도 태반조기박리를 쉽게 의심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주장이다.

태반조기박리는 발생 빈도가 200분의 1 또는 450분의 1로 알려진 희귀질환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또 태반조기박리 산모중 사망률은 3~12%의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산모의 나이가 많거나 다산(多産)의 산모에게서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태반조기박리는 중증일 경우 진단을 정확히 할 수 있으나 경증 또는 중등증일 때는 경험많은 전문의들도 확진이 어렵다고 한다.

아무런 잘못없이 의료진만을 믿고 수술에 임했던 숨진 산모와 그 가족들에게 산모 사망의 억울함이야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의료 분야에서 아직도 현대의료술로도 어찌할 수 없는 질환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법원의 판결도 이러한 태반조기박리의 특징을 감안했어야 한다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지금 산부인과 분야는 사상 최악의 환경을 맞고 있다.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은 데다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힘든 근무 여건에 저수가로 산부인과 의사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충남ㆍ북 36개 시ㆍ군 중 12개 시ㆍ군, 경북 23개 시ㆍ군 중 5곳, 전남 22개 시ㆍ군 중 6곳, 강원 18개 시ㆍ군 중 11 곳에는 아직도 산부인가 의사가 없다고 한다. 임부들이 출산하려면 1시간이상 인근 시ㆍ군으로 원정을 가야할 판이라고 했다. 저출산의 여파다.

이런 마당에 의사의 잘못만을 따져 구속한다면 산부인과 전문의를 지망할 전공의가 나올 수 있겠는가. 이는 산부인과 전문의뿐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외과 등 주요과의 전문의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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