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실시에 따른 처방약 택배 등 '온라인 약국'이 잠복기를 거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어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사진=TelePharm 캡쳐] 

19년을 끌어왔던 원격진료가 강원도 지역부터 시행되면서 약품 배송 문제와 함께 ‘온라인 약국’이 또다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강원도 원격진료에서 특례가 6개 사업 중에 DUR활용을 위한 의약품 안심서비스, 백신 대상 처방 내용을 익명으로 공유하는 사업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처방약 택배 여부다.

복지부는 “처방전을 지정약국으로 보낼 수 있고, 간호사가 가면서 약을 가져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환자 불편 등 여론이 바뀌면 정부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처방약 택배는 일종의 ‘잠복기’에 들어간 것이다.

더구나 이번 원격진료는 의사협회 등도 모른채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여론이 바뀌면 언제든지 정책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

현행 약사법은 온라인 약국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약사법 제23조 제2항에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의약품을 조제 할 때 약국 또는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고 같은 법 제50조제1항에서는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는 제약사와 약사 간 판매는 온라인이 허용되지만, 소비자에 대한 최종 판매는 약사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탓에 유통 업체를 통한 소비자와의 온라인 B2C 거래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원격진료도 19년 논란 끝에 시행된 점을 감안 하면 온라인 약국도 계속해서 굳게 문을 닫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온라인 약국은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헬스케어위원회에서 지난해 6월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온라인 판매 허용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현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갖추고도 여전히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입해야 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 온라인 약국은 이번 원격진료와 함께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외국에선 미국과 불가리아, 캐나다, 인도, 파키스탄, 영국, 우즈베키스탄 등 에서 온라인 약국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왓치(Marketwatch)'는 세계 온라인 의약품 유통시장의 규모가 지난 2017년 449억5000만달러(53조185억원)에서 매년 18.7%씩 증가해 2026년에는 2113억6000만달러(249조4048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인도 등 5개 국가는 이미 온라인 의약품 유통망이 형성돼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B2C 형태로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전문의약품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온라인 의약품 유통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5월부터 온라인 의약품 유통을 위한 면허취득 조건을 간소화해 온라인에서 의약품 유통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은 2017년부터 '아마존재팬'에서 전문의약품 구매가 가능해졌다.

미국의 아마존은 지난해 6월 온라인 제약 스타트업 필팩(PillPack)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필팩은 미국 50개 주 유통면허를 보유한 온라인약국(Mail-Order Pharmacy)으로 매일 약을 복용하는 환자를 위한 처방약 가정배달해준다. 대부분 미국 의약품 배달 유통업체는 약통째로 약을 배송한다. 하지만 필팩은 한국의 약국처럼 1회 복용량만큼 소분해 소비자에게 배송해준다. 고객이 받는 약봉지마다 약을 복용해야 하는 날짜와 시간, 약품 목록이 상세히 적혀 있다.

중국은 온라인 약국이 가장 활성화 된 나라다.

한국무엽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중국 스마트 의료시장 현황·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의료서비스 시장은 지난 5년간 매년 1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동시에 스마트 의료시장 규모도 지속 성장, 지난해 기준 전년(2017년) 대비 38.6% 증가한 491억 위안(약 8조3112억원)을 기록한 상태다.

약품 판매를 선도하는 징둥닷컴(京東)은 온라인 징둥대약방(京東大藥房) 개설에 이어 2016년 7월에는 칭다오안지탕대약방(靑島安吉堂大藥房)을 인수해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 2017년 12월에는 후난워방의약(湖南沃邦醫藥)과 공동으로 ‘징둥-워방 의약 클라우드창고’를 출시하고 체계적인 의약품 물류 공급망을 구축했다.

알리바바도 의료플랫폼 아리젠캉을 통해 약국 유통망 및 택배 플랫폼과 협력해 24시간 온라인 의약품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아리젠캉은 약품재고 관리 프로그램 등을 활용, 주문확인부터 약품포장까지 4분 안에 배송준비를 마친다. 낮에는 30분, 야간에는 1시간 이내 배달된다. 배달 가능 의약품은 일반의약품과 콘택트렌즈 용액 소화제 등이다.

온라인 약국은 원격진료와 같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의약품 배송에서 생기는 안전성문제를 포함해 약국 쏠림 현상 등 난제가 겹쳐 있어 온라인 약국 단독만으로 풀 수 있는 해법에는 한계가 있다.

즉 원격진료와 함께 보건산업 전체를 아울러서 해결해야 한다.

온라인 약국이 등장하면 당장 발등의 불은 기존 약국의 입지 축소다.

미국과 중국의 온라인 약국의 특징은 대형 ‘체인약국’이다. 이것은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대결과 같은 구도가 될 수 있다.

실제로 2009년 영리 약국 토론회에서 미국 지역 자치 연구소(ILSR) 2009년 보고서를 한국에 적용한 가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약사들은 “약국의 20%가 체인 약국으로 변하면 기존 약국 40%가 폐업하고 약사 일자리 1383개가 줄어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의약품 오남용과 안전성과 더불어 개인 질병정보 누출이다.

온라인 약국을 통한 약품 구매는 이름, 나이, 성별, 직업, 주민등록번호와 자택·직장 주소, 이메일 주소, 휴대폰 번호 등 개인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것은 개인 질병문제 노출과 함께 상업적 판매 표적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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