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만명 뇌전증 환자, 국내선 1년에 300건도 수술 못해"
"36만명 뇌전증 환자, 국내선 1년에 300건도 수술 못해"
  • 김영우 기자
  • 승인 2019.08.0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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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뇌전증학회 연구 중간 보고서, "장비 없어 해외 '원정 치료'…정부 지원 50억원 절실"

국내에 36만명에 이르는 뇌전증 환자들이 장비가 없어 1년에 300건도 수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뇌전증학회가 8일 발표한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료 자료를 근거로 조사한 결과, 국내 뇌전증 환자의 수는 약 36만명으로, 이 중 약 10만명이 약물로 완전히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약물난치성 뇌전증이었다.

항경련제로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모두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 중 경련 증상이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이 매우 어려운 경우인 중증 약물 난치성 뇌전증으로 뇌전증 수술이 시급한 환자 수가 3만7225명이었으며, 이들 중 여러 가지 검사 후 수술 대상이 되는 뇌전증 수술 대기 환자는2만2335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국내에선 뇌전증 수술을 1년에 300건도 못하고 있고, 더욱이 해마다 약 2만명의 뇌전증 환자들이 새로 발생해 수술이 필요한 뇌전증 환자는 해마다 1000명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뇌전증 수술은 1년에 1500~2000건 이상 시행돼야 대기 환자가 줄어드는데, 연간 1000건 수술을 한다고 해도 현재 뇌전증 수술 대기 환자만 모두 수술을 받는데 수십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수술 건수가 적은 까닭은 인력 부족보다는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장비들이 한국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치매, 뇌졸중과 같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한번도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내 뇌전증 수술의 완치율은 평균 71.6%로,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사망률이 10배 높고 급사(急死)율도 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의 유일한 치료법은 뇌전증 수술이고 생명을 구하는 치료로, 뇌전증 수술의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뇌전증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이다. 뇌전증의 발병률은 10세 이하와 65세 이상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표 참조>

뇌전증은 신경계질환 중 뇌졸중 다음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사망 원인 2위이고, 젊은사람들에게서 생명을 단축시키는 원인 1위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대한뇌전증학회는 뇌전증 수술에 필요한 3가지 진단 및 수술 장비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뇌자도(MEGㆍmagnetoencephalography)

뇌자도는 뇌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자기(磁氣ㆍmagnetism)를 측정하는 최첨단 진단장비다. 뇌파 검사는 뇌표면의 굴곡과 두개골로부터 크게 왜곡되지만 뇌자도는 왜곡이 전혀 없고, 공간 해상도가 뇌파 검사보다 10배 이상 높다.

뇌자도는 뇌전증이 발생하는 뇌부위를 진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검사 장비이며 전 세계에 179대가 설치 및 운영되고 있다. 일본, 미국엔 40대 이상 뇌자도가 뇌전증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는 단 한대도 없어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500만원 가량의 자비를 써가며 일본 교토대병원에서 뇌자도 검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뇌자도 검사가 필요한 뇌전증 환자 수는 1년에 약 2500명으로 한국에 3~4대의 뇌자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자도 한대의 값은 약 30억원으로 조사됐다.

자료 : 대한뇌전증학회
                                                                   자료 : 대한뇌전증학회

◇삼차원 뇌파 수술 로봇시스템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수술 장비가 삼차원 뇌파(SEEG) 수술 로봇시스템이다. SEEG 수술은 약 15년 전에 새롭게 개발된 뇌전증 수술로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며 뇌전증을 치료하는 수술법으로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활성화돼 뇌전증 수술의 70% 이상이 SEEG로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선 SEEG 로봇시스템이 한 대도 없어 1%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로봇시스템이 없이 맨손으로 하다 보니 수술 시간이 2배 이상 걸리고 정확도가 떨어져 수술 중에 뇌출혈이 발생하고, 전극이 다른 곳으로 들어가고,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엔 아직 한 대도 없어 수만명의 뇌전증 환자들이 다른 나라 수준의 SEEG 뇌전증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SEEG 로봇 시스템 한대의 값은 약 10억원이다.

자료 : 대한뇌전증학회
                                                                자료 : 대한뇌전증학회

◇레이저 열치료 수술 장비

세 번째로 필요한 장비는 레이저 열치료 수술 장비다. 두개골을 열지 않고 조그만 구멍을 뚫고 내시경적으로 뇌전증 병소를 제거하는 최신 뇌전증 수술이다. 뇌의 깊은 곳에도 접근이 가능하며 병변이 여러 개 있을 때에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서 레이저 열치료 수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뇌전증 수술의 약 20~30%가 레이저 열치료 수술로 이뤄진다. 전 세계적으로 215대의 레이저 열치료 수술 장비가 뇌전증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엔 한 대도 없어 외국에선 수술이 가능한 뇌전증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레이저 열치료 수술 장비의 값은 약 5억원으로 나타났다.

자료 : 대한뇌전증학회
                                                                   자료 : 대한뇌전증학회

대한뇌전증학회는 국내에서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 4000명 이상이 해마다 수술 전 검사를 받지만 실제로 뇌전증 수술을 받는 경우는 300건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뇌전증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연령층이 앓는 국민 뇌질환이다. 그러나 한국의 난치성 뇌전증 치료는 확실한 후진국인 것이다.

학회 측은 "50억원의 정부 지원만 있으면 중증 뇌전증 환자들이 일본, 미국에 가지 않아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며 "치매엔 수조원이 지원되고 있다. 뇌전증 환자 수는 치매 환자의 50% 가량으로, 치매 지원의 100분의 1이라도 정부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로 치료될 수 있는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해 쓰러져 얼굴, 팔, 다리가 찢어지고, 골절과 화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다. 뇌전증 환자의 부모, 가족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의사들도 정부 지원이 너무 없어 절망감에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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