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에 감염돼 주요 장기를 손상시키는 질환인 패혈증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새 치료 길이 열렸다.

서울대병원 연구중심병원 프로젝트 염증ㆍ대사 유닛 김효수 교수(순환기내과)팀(김영찬ㆍ장현덕ㆍ이상언ㆍ김솜이 연구팀 포함)은 세균 감염 시 백혈구인 호중구가 세균 박멸과 함께 독한 사이토카인을 방출해 인체에 손상을 준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패혈증치료제 개발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팔미토일화(化)의 재료 '팔미트산(palmitic acid)'을 생산하는 '지방산 합성 효소(FASN) 억제제'를 패혈증 쥐에 투여했다. 팔미토일화는 단백질에 지질(lipid)이 결합돼 단백질의 활성이 변형되는 과정을 뜻한다.

이 억제제를 투여한 쥐는 복강에 감염시킨 세균이 줄어들며 생존율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모식도>

자료 : 서울대병원
                                                                자료 : 서울대병원

이번 연구를 통해 패혈증 주요 원인 물질로 지목된 세균의 '내독소(endotoxin)'로부터 백혈구 안의 염증 매개 단백질인 ‘MYD88’이 팔미토일화되는 변형이 중요하다는 점이 규명된 것이다.

연구팀은 세균에 감염되면 백혈구는 세균을 공격하는 동시에 장기를 손상시키는 물질을 방출하기 때문에 패혈증이 생기는데, 이 독성물질이 생기는 원인이 밝혀지며 패혈증 치료제 개발에 한 발 다가선 것으로 평가했다. <그림 참조>

패혈증 동물에 대한 치료제의 생존율 향상 효과 [자료 : 서울대병원]
                패혈증 동물에 대한 치료제의 생존율 향상 효과 [자료 : 서울대병원]

패혈증은 세균에 감염돼 온 몸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 주요 장기를 손상시키는 질환으로 연간 전 세계적으로 약 300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한달 내 사망률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수많은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패혈증 원인과 진행 과정이 단순하지 않아 뚜렷한 성과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구팀은 "감염된 세균을 죽이는 역할은 백혈구 중에서도 호중구가 맡는데, 이 때 세균을 빨리 제거하면서 동시에 인체에 손상을 입히는 사이토카인의 과도한 방출은 자제해야 하지만, 적절하게 균형 잡기가 어렵다"며 "세균을 박멸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환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게 패혈증 치료의 난관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패혈증 주요 원인 물질은 세균의 균체 안에 함유된 독소인 내독소"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내독소가 백혈구의 사이토카인을 대량 방출해 인체를 손상시키는 원인을 찾아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패혈증에서 백혈구가 인체에 해를 끼치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불러일으키는 기전을 밝혀 이를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핵심 효소를 세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핵심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물질만 개발하면 체내 백혈구가 다른 부위에 손상없이 세균만 선택적으로 사멸시켜 환자 생존을 향상시키는 특효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가 연구중심병원 사업 염증ㆍ대사-유닛 프로그램으로 지원됐으며 5년 만에 성과를 맺었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 온라인(19일자)에 게재됐다.  

왼쪽부터 김효수 교수, 김영찬ㆍ장현덕ㆍ이상언ㆍ김솜이 연구팀
          왼쪽부터 김효수 교수, 김영찬ㆍ장현덕ㆍ이상언ㆍ김솜이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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