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28세)는 최근 양치질을 하며 거울을 본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입 한쪽이 삐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뇌신경 질환인 ‘안면신경마비’로 대표적인 증상은 얼굴 근육의 마비로 인해 눈과 입이 한쪽으로 비뚤어지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신경계 손상시키는 '구안와사'

안면신경마비는 뇌의 12개 신경 중 7번째 신경이 마비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인구 10만명당 30명 정도로 발병률은 높지 않지만 영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다. 

한의학에선 구안와사(口眼喎斜)라고 불린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스트레스ㆍ과로 상태에서 잘 생기며, 귀 주변의 종양, 감염, 수술 후유증, 기타 신경계 병변으로부터 발병하기도 한다.

안면신경마비는 스트레스와 과로가 지속되면, 우리 몸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신경을 침범해 손상을 줄 수 있다. 그 중 안면신경이 손상되면 뇌에서 얼굴 부위까지 전달하는 신호체계에 문제가 생겨 다양한 안면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안면신경은 표정, 눈썹 움직임 등 얼굴 부위의 운동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해당 신경이 마비되면 이마 주름이 잘 잡히지 않고, 눈썹이 처지며 눈이 잘 감기지 않는다. 

또한 한쪽 코와 입 주변 근육이 이완돼 팔자주름이 풀어지고, 아래쪽으로 처진다. 이런 근육 움직임 이상과 함께 미각장애, 청각과민, 눈물 분비량의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거울 보며 손으로 눌러 안면 근육 운동하도록

안면신경마비는 대체로 완치율이 높은 질환이다. 그러나 초기 신경손상이 심한 경우 예후가 불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발병 후 3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 3주 이내에 증상 회복이 시작되고 3개월 내에 완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귀 주변의 통증과 바이러스성 수포가 같이 있는 경우 첫 1주일은 치료 중에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3~4주 이상의 안정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의 개선이 없거나 악화된다면 단순 안면신경마비가 아닌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밀검사를 통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한의학에선 침과 뜸, 한약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안면부와 팔, 다리에 있는 경혈에 다양한 침구치료로써 마비된 근육회복을 촉진하고, 한약으로 신경 염증의 제거와 면역력을 높여 치료 기간을 단축한다.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우울감은 회복에 좋지 않다. 적극적인 치료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생각과 충분한 휴식, 아울러 스스로 안면근육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소화가 어렵거나 씹기 어려운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스테로이드 복용 시 혈당이 급격히 오르기 때문에 혈당 측정과 식이요법에 주의해야 한다.

안면 운동 시 거울을 적극 활용해 얼굴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잘 되지 않는 표정은 억지로 얼굴 전체에 힘을 주기보다는 손을 이용하여 원하는 근육의 움직임이나 표정이 만들어지도록 연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면신경마비는 통상 추운 계절에 많이 발생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에 냉방병과 감기에 걸릴 수 있듯 안면신경마비 또한 추운 계절에 국한되지 않고 발병할 수 있다.<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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