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강은희 기자] 여고생 박모양은 시험기간 중 거의 매일 밤을 새워 공부한 탓에 시험이 끝나고서도 일주일째 새벽 2~3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해 고민이다. 수면제는 병원상담 후 처방받아야 하는 절차가 부담스러워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인 수면유도제를 구입할까 생각 중이다.

또 30대 직장인 유모씨는 스트레스 때문에 얼마 전 불면증이 생겨 A제약사에서 나온 수면유도제 9알을 먹고 잠이 들었는데 4시간도 채 못자고 일어나야 했다. 잠은 오는데 어지럽고 속이 너무 좋지 않아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것.

유 씨는 억지로 약을 토해낸 후 겨우 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일어나서도 머리가 어지러우면서 심장박동수도 빨라지고 식사를 하면서도 속쓰림 증상이 생겨 병원에서 내시경을 받아볼까 고민 중이다.

유 씨처럼 수면유도제 복용 후 어지러움, 두통, 불쾌감, 일시적인 의식장애 등 정신신경계와 위통, 오심 및 구토, 식욕부진, 설사 등의 소화기 문제나 발진, 가려움 등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의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면제의 장기 복용으로 인해 수면제 의존성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수면제를 장기복용 하다 보면, 사람의 감정을 변하게 만들어 우울감과 불안감을 더욱 유발시키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이 심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죽고 싶다’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져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수면제의 강력한 작용에 의해 평소에는 억눌려 있던 몸과 마음이 반발적으로 강하게 표출되기 시작하면서 자살 충동 혹은 식욕의 폭발, 폭력성, 성격 및 감정의 변화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수면유도제는 원래 수면제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감기나 두드러기 약인 항히스타민제이다. 이 항히스타민제제들 중 진정작용(멍해지면서 졸리는 느낌)이 강해 감기약이나 두드러기 등의 질환에 사용이 힘든 약을 수면제 비슷하게 전용해서 사용한다. ‘디펜히드라민’, ‘독실아민’ 단일성분의 수면유도제가 대표적. 수면유도제는 수면유도와 신경안정의 효과가 있는데 주로 불면증의 보조치료로 사용된다.

그러나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수면유도제는 대량복용으로 인한 오남용 및 음독의 문제, 그리고 이상반응에 의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심사조정과에 따르면 디펜히드라민과 독실아민은 천식발작, 폐기종에 의한 호흡곤란 환자, 녹내장 환자, 전립선 비대 환자, 15세 미만의 소아, 수유부 등의 사람은 이 약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

식약청 관계자는 “수면유도제는 연용하거나 장기복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졸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이 약을 복용한 때부터 다음날까지 졸음이 계속되고 나른함을 느끼는 경우에는 이러한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운전이나 기계조작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약품등록 허가정보에는 디펜히드라민을 복용하는 동안 동일한 성분의 다른 제제, 다른 최면진정제, 감기약,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약, 항히스타민제를 함유하고 있는 내복약(비염용 내복약, 멀미약, 알러지용약) 등은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더불어 독실아민도 이미프라민계 항우울약, 항파킨슨제, 디소피라미드와 병용시 소변축적, 변비 등의 이상반응이 증가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김의중 을지병원 정신과 교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강박감에 밤을 새워 공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잠을 줄이면 다음날 공부하는데 지장을 초래하기 마련”이라며 “낮에 졸지 않더라도 수면이 부족하면 집중력, 판단력, 기억력 등이 떨어지는데 특히 신체의 모든 기능이 가장 떨어지는 오전 1∼3시 사이에는 공부를 해도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피로만 쌓이게 된다”고 말했다.

수면유도제는 사람마다 다른 건강 상태에서 약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예상할 수 없는 일이므로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무조건 약을 복용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생활습관 교정으로 수면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한편, 업계는 국내 수면유도제 시장은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30억원에 그쳤으나 대부분 부작용이 경미한 정도로, 약의 수요가 차츰 늘면서 관련 시장은 앞으로 12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펜히드라민 성분은 에스케이케미칼 ‘드림필연질캡슐’, 조아제약 ‘자미쿨연질캡슐’ 등 27개 제품, 독실아민 성분은 태극제약 ‘자미슬정’ 등 14개 제품 등 40여종의 제품들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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