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주 상임이사회를 열고 중소병원 살리기 장단기 대책 건의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대한중소병원협회와 대한지역병원협의회 등의 의견을 모아 마련한 건의안은 5개 항의 단기 대책과 4개 항의 장기 대책으로 돼있다. 의협은 이 안을 이번 주 안에 보건복지부에 제출,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100개 병상 규모 중소병원의 경영난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0여년도 넘게 끌어왔던 과제다. 중소병원의 경영난은 대형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일어났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될수록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갑자기 건보혜택이 확대되자 그랬다.

중소병원은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반면 대도시의 상급종합병원에는 취업하려는 간호사가 정원을 넘기고서도 채용 대기 인력까지 넘쳐났다.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병원 측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자 간호사들이 지역 중소병원보다 대형 상급종합병원 취업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건보 혜택을 크게 늘린 ‘문 케어’ 확대로 의료비가 낮아지자 환자들의 과잉 진료 요구도 크게 증가했다. 이는 곧바로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으로 이어졌다. 같은 값이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겠다는 환자들의 심리 때문이었다.

이는 지역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더욱 심화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폐업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중소병원의 하소연이다. 지난 1973년 의료법인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1인1병원제’에 묶여 병원의 인수ㆍ합병이 사실상 원천봉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편법과 우회 방법에 따른 퇴출ㆍ합병이 이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부작용도 뒤따랐다.

의협은 이번 대책에서 중소병원의 간호사 인력난 해소, 토요진료비 가산제 적용, 보안요원 배치시 경비지원, 스프링클러 등 시설비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장단기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과 함께 경영이 부실하거나 어려운 지역 종합병원의 인수ㆍ합병 등 근원적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지역 종합병원의 경영난 해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1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의 경우 평균 고용 인원은 의사 15명을 포함해 127명이다. 또 이들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인근 상권 활성화와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중소병원이 문을 닫으면 그만큼 실업자가 늘어난다. 1ㆍ2ㆍ3차 의료전달 체계를 확립하고 원활한 국민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아무리 정치적 시국이 어수선하더라도 중소종합병원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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