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주 상임위원회를 열고 자기 자녀들을 의학논문의 저자로 등재한 국립암센터 교수 2명을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국립암센터가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교수들은 본인이 작성하거나 참여한 의학 논문에 자신의 자녀를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A교수는 본인이 참여한 논문에 대학생인 첫째 딸을 제1저자로, 둘째 딸을 공동 저자로 등재했다고 했다. 또 B교수는 고교생인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을 본인이 책임 저자인 논문의 제1저자, 공동 저자로 올렸다고 한다. 국립암센터는 이러한 사실을 임직원 525명의 내부 고발과 교수 본인의 자진 신고를 바탕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의사사회 일각에선 지금까지 일부 의사들이 자녀들의 스펙 관리를 위해 자신들의 논문 저자로 올린다는 소문이 나돌았었다. 암센터 교수들의 사례는 이러한 소문이 어느 정도 사실임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의학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스펙이다. 의사가 될 수 있는 첫 관문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는 가장 좋은 길이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와 같은 의사의 길을 택해 금수저를 물려 받을 수 있는 첩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로 인한 문제는 그야말로 심각하기 짝이 없다. 한국의학계의 학문적 성과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운 의학 논문에 자녀들을 무임 승차시킴으로써 다른 경쟁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을 불러일으켜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사회적 악이다.

대한민국 의학한림원(대표 임태환)이 의협의 두 교수에 대한 윤리위 회부 조치에 대해 ‘전문가적인 학자적 양심을 지키기 위한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의학한림원은 특히 “연구 결과를 조작함으로써 사회적 물의와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황우석 사태는 황 전 교수의 개인적 야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학 논문에 자녀의 이름을 올리는 것은 개인이 아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의료연구계 전체의 신뢰도와 명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명성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이를 되찾는 것은 험난한 과정과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한다. 그래도 한국 의료연구계의 명성을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탁월한 연구 결과를 계속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계와 교수ㆍ의료인들이 다시는 가짜 논문 저자를 만들어내는 일이 없도록 꾸준히 적발 작업을 계속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도 전국 어디에서 이러한 가짜 논문 저자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가짜 저자를 만들어낸 연구인이나 교수ㆍ의사에 대한 관련 기관 퇴출 및 의사자격증 박탈 등 강력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일부 양심없는 의학연구자 및 의사사회의 양심 회복과 각성만이 가짜 논문 저자를 막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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