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참여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고혈압 약제’에 관한 연구에서 ‘티아지드계 이뇨제’의 우수성이 확인됐으며 연구 결과가 국제적으로 저명한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에 발표돼 화제다.

24일(미국 시간) 공개된 이번 논문 제목은 '대규모 고혈압 1차치료제 비교 연구(Comprehensive comparative effectiveness and safety of first-line antihypertensive drug classes: a systematic, multinational, large-scale analysis)’다.

이번에 참여한 연구진은 마크 슈챠드 UCLA 생물통계학 교수, 유승찬(사진) 아주의대 의료정보학과 연구원을 비롯해 총 11명이다.

연구 내용은 ‘고혈압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일차 치료제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제 임상데이터(Real World Data)을 분석한 것이다.

LEGEND-HTN(대규모 고혈압 1차치료제 비교 연구 : large-scale evidence generation and evaluation across a network of databases for hypertension) 연구팀은 전 세계 9개 국가의 공통데이터모델(common data model) 데이터베이스(한국 미국 독일 일본의 6개의 청구자료 데이터베이스와 3개의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베이스)의 약 500만명에 달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1차치료제로 사용된 각 고혈압 약제간의 효과 및 부작용, 55가지를 비교했다.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LEGEND-HTN의 전체 연구 프로토콜은 분석 시행 전에 미리 결정됐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연구 분석 코드는 'GitHub'을 통해 공개됐다.

연구팀은 7000개 이상의 공변량을 이용하는 대규모 성향 점수 짝짓기(large-scale propensity score matching) 및 경험적 보정(empirical calibration) 등 첨단의 분석 방법을 도입, 교란 요인(confounding factor)를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을 막기 위해 기존의 관찰형 연구 2만2000여개 결과에 상당하는 방대한 결과도 모두 가감없이 공개됐다.

그 결과, 티아지드계 이뇨제가 심근경색, 심부전에 따른 입원, 뇌졸중 발생 위험성을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에 비해 16~17% 가량 더 감소시켜 티아지드계 이뇨제의(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에 대한) 우월성이 입증됐다.

현재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칼슘 통로 차단제(CCB), 티아지드계이뇨제(THZ), 베타 차단제(BB)가 1차치료제로 권고된다.

기존에 고혈압 약제를 서로 비교한 임상은 40여개에 불과하다. 가장 규모가 컸던 ALLHAT 시험의 경우 1994~1998년 사이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등 다수의 임상시험이 2000년 이전에 이뤄졌다. 이에 그동안 고혈압 환자들이 처음 진단을 받고 어떤 약제를 선택할 지에 대한 근거가 매우 부족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으며, 특히 전세계적으로 다국가간 진행된 가장 큰 규모의 연구라는 점에서 앞으로 고혈압 치료에 큰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혈압은 가장 흔한 만성 질환 중 하나로 우리나라 성인 인구 중 1100만명 이상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이들이 고혈압의 위험성에 대해 간과하지만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뇌혈관질환의 가장 주요한 요인인 만큼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해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연구팀이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오딧세이(Observational Health Data Sciences and InformaticsㆍOHDSI) 네트워크 연구자들이 힘을 합쳤기 때문이다.

오딧세이는 전 세계 20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는 비영리 국제 연구 컨소시엄으로, 병원마다 각각 달리 보유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 자료를 공통 데이터 모델로 익명화 및 표준화해 그 분석 결과만 공유함으로써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전 세계 여러 기관 간의 공동연구를 가능케 하는 세계 유일한 다기관 연구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란셋 학술지 사설에도 소개됐다. 학술지는 사설에서 이번 연구는 현존하는 고혈압 약제에 대한 연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포괄적인 연구로써 다양한 환자군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결과의 일반성(generalizability)를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LEGEND-HTN 연구는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 및 재현 가능한 연구(reproducible research)를 지향, 공통 데이터모델 기반 빅데이터 분석의 힘을 보여줬으며 실사용 근거(real world evidence)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학술지에선 소개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분산형바이오헬스빅데이터 사업과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