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1572명의 콜센터 비정규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결정하고 곧 고용노동부에 이를 통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단 내부 직원들은 물론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이미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구체적 계획을 10월말까지 결정해 통보해 주도록 각 부처에 협조 요청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 방침이 일찍이 정해졌는 데도 이에 대한 각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의견 수렴이 거의 없었다는 데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단지 정부의 독선적 정책 결정만으로 이뤄진 것이다.

건보공단의 적자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7년 400억원이 넘는 적자에서 지난해엔 3조9000억원, 올해는 4조2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실시된 ‘문재인 케어’와 인구의 고령화로 보험지급액이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이 때문에 과거 정권에서 쌓아둔 흑자누적액 20조원 가운데 거의 반절에 육박하는 금액을 3년만에 까먹게 됐다. 나머지 누적액도 몇 년이 갈지 불투명하다.

이런 마당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보험재정 개선에 어두운 전망을 준다. 오히려 가입자들의 부담만을 늘리게 된다. 국회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2017년까지 10년간 공단 관리운영비는 10조7501억원이었다. 이 중 공단의 인건비 비중이 8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건보가입자들의 비용 부담이 얼마나 가중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면 보험재정이 취약해지고 이는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콜센터 직원의 공단 정규직 전환은 무리한 일이다.

또 정규직 전환 채용 과정에서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애써 시험 준비를 해서 필기와 면접시험을 통해 고생 끝에 입사한 직원에 비해 비정규직으로 들어와 시험 한번 치르지 않고 면접도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사내 갈등의 원인도 될 수 있다. 특히 무시험 무면접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본사 기득권자인 임직원의 입김에 따른 채용 비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일시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재직했다가 즉시 정규직으로 전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규직 직원들이 이러한 비정규직과 동일 임금에 동일 처우를 받는다면 사내 갈등도 빚어질 수 있다.

문제는 또 있다. 매년 수조원 씩의 적자경영을 하면서도 건보공단이 임원들에게 3억6000만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점이다. 누가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보험가입자들로서는 분통터질 일이다. 콜센터직원의 정규직 전환과 적자 경영 속에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건보공단과 관련해 정책당국은 보험가입자들에게 무엇인가 말이라도 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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