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네비게이터는 임상 시험과 환자를 연결해주는 역할로 미국 등에서는 직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도 최근 임상 시험 정보를 자세히 공개해 희귀ㆍ난치병 환자의 모집 기준 등을 살펴볼 수 있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그림=뉴욕 타임즈] 

우리나라에도 암 환자에 대한 임상 시험을 위한 ‘임상 네비게이터’(Clinical Trial Navigator)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암 환자 임상 시험은 신약 개발의 촉진제일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절실히 필요한 치료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뉴욕 타임즈 등 최근 외신에 실린 임상 네비게이터에 대한 기사는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이 되면 항암 신약 개발, 환자의 희망,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처방이 될 수 있다.

사실 암 환자들이 식약처에 매일 공지하고 있는 임상 시험을 일일이 찾아 나에게 맞는 임상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개괄적인 모집 기준과 임상 시험 병원 등만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임상 시험을 주관하는 제약사나 병원도 시험에 꼭 맞는 환자를 찾기 힘들어 거액이 드는 임상 시험이 지연되고 금전적 손실도 엄청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직업이 ‘임상 시험 네비게이터’다.

뉴욕 타임즈는 임상 시험 네비게이터는 가능한 임상 시험을 찾아내 환자에게 설명하고 복잡한 환자 요구 사항을 검토하여 임상과 환자의 궁합을 맞춰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암학회 (American Cancer Society)에 따르면 성인 암 환자 5% 미만이 임상 시험에 참여한다고 한다. 반면에 15세 이하 어린이 암 환자의 60%가 임상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전체 소아암의 5년 생존율이 70년대 중반 58%에서 2019년에는 80% 이상으로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시 의과 대학 소아 혈액학, 종양학 및 줄기세포 이식 담당 미첼 S 카이로는 “많은 소아암 환자들이 임상 시험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지만 성인 암 환자는 10%~15%만 학술 센터에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성인 암 환자의 임상 시험 등록이 증가하면 새로운 치료 옵션 등으로 생존율을 향상 시킬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임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환자가 ‘실험적 치료’를 받는다는 느낌으로 부정적 의견이 많다. 심지어 임상에서 과거 부정행위 선례가 있어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거나 임상 위주의 불공정한 실험적 치료에 불안해한다.

또 임상 시험에서 약효가 없는 위약 치료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도 현실적 장애다.

그러나 암 환자 대상 임상에서 위약은 표준 치료가 없는 경우를 빼곤 거의 없다. 위약은 표준 치료와 실험적 치료를 비교하기 위하여 대조군으로 표준 치료와 병용 요법으로 실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환자는 여전히 표준 치료를 받고 있으며 추가된 치료법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자 하는 환자는 일반적으로 연령 제한, 이전에 받은 치료, 암과 관련이 없는 기타 질병 등 임상에 필요한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등록할 수 없다. 이처럼 까다로운 임상 참여, 배제 조건이 너무 엄격할 수 있다는 여론도 많다.

임상 평가에서는 환자의 안전보장 권리뿐만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덜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매개 변수를 제어할 수 있게 임상 참여, 제외 기준이 있다.

임상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전임상 데이터보다 복잡하므로 연구자들은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려 하지만 현실적인 환자 모집 상황과 약물 테스트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최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National Cancer Institute)는 연구소 지원 임상 시험에 대해 연령 상한을 확대하려는 추세다.

그러나 임상 시험에 참여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환자와 의사들의 정보 부족 때문이다. 이것이 임상 네비게이터 존재의 이유다.

임상 시험 네비게이터는 암 환자가 자기에 맞는 임상 시험을 찾아주고 참자 자격 결정을 돕는 사람들이다. 네비게이터의 자격은 간호사와 같은 전문가이거나 일반인도 가능하다.

임상 시험 네비게이터는 ‘환자 네비게이터’의 하위 유형과 같다. 환자 네비게이터는 환자가 건강 관리 시스템을 이해하고 선별, 진단, 치료 및 후속 진료 약속을 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대부분 암 센터는 환자 네비게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부 암 환자 네비게이터는 이미 임상 시험 옵션에 대해 환자와 상의할 수 있지만 병원 간에는 일관된 환자 네비게이터 지침은 없다.

미국에서 환자 내비게이터 영역은 크게 규제되지 않지만 환자 옹호자 인증위원회는 2018년에 환자 내비게이터에 대한 일련의 역할을 규정하기 위해 BCPA(Board Certified Patient Advocate) 인증을 만들었다.

임상 시험 네비게이터와 환자 네비게이터는 수많은 초기 임상 시험 참여를 돕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네비게이터로부터 지원받은 임상 시험 참가자는 지원을 받지 않은 사람보다 임상을 완료할 가능성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anadian Cancer Clinical Trial Network(3CTN)에는 파일럿 임상 시험 네비게이터 프로그램이 있어 환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료를 받거나 네비게이터와 연락을 하고 있다.

파일럿 임상 시험 네비게이터 프로그램은 환자 또는 의사가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네비게이터는 환자의 병력을 검토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임상 시험을 검색한다. 네비게이터는 참여 자격이 있는 임상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환자와 상담할 의사에 제공하여 임상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이밖에 임상 시험 네비게이터는 임상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한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의 결정을 돕는다. 특히 암과 같은 복잡한 질병의 경우 의학 지식제공과 더불어 건강 보험, 병원 비용 등 여러 가지 장애 요인을 극복 하는데 도움을 준다.

내비게이터의 자격 요건은 의학 지식뿐만 아니라 환자의 처지를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 의사들에게는 참여 가능한 임상 시험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임상 시험의 의사 결정에 집중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임상 시험 주관 기관에서 환자 모집자의 자격이 없다. 환자 요건과 참여 의사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임상 시험의 활용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4일 식약처는 환자나 보호자가 임상 시험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고 밝혔다.

공개 내용은 ▲임상시험 제목 및 목적 ▲임상시험 실시 병원 ▲문의할 기관 전화번호 ▲임상시험 참여 기준 ▲진행 현황 ▲상세한 대상 질환 등 환자나 보호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세부 정보다. 기존에는 임상시험 제목과 실시 병원 등 단순 정보만을 공개해 환자들이 정보를 찾고 참여하기 어려웠다.​

식약처에서도 "이번 정보 공개를 통해 임상 시험 참여를 원하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연구자, 기업의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희귀ㆍ난치 환자 등 사회적 약자 지원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해 임상 시험의 적극적인 활용성을 뒷받침 하고 나섰다.

일부에선 환자 모집 과정의 효율화와 비용 절감 등 임상 시험 네비게이터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임상 시험의 효율성과 활용성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기관에서 네비게이터에 대한 자격을 부여하여 환자 정보 접근권을 주어 관리해야 신약 개발과 환자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식약처의 한 연구관은 메디소비자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임상 시험 주관 기관에서 환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특별한 자격 요건은 갖추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 “가장 중요한 환자의 개인 정보 접근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상 시험은 설계부터 엄청난 자금과 시간이 드는 ‘대형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에는 부수적인 효과가 엄청나다. ‘사이드 이펙트’를 무서워 하기보다 ‘사이드 에너지’(시너지)를 얻어야 한다. 암 관련 임상부터 네비게이터 자격을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도입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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