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치열한 품목 경쟁, 미국의 약가 인하, 유럽의 하향 안정화 '3중 악재' 속에 낮은 각도의 미끄럼틀을 탈 것으로 전망됐다.

KTB 투자증권 이혜린 애널리스트는 5일 발행한 '2020년 바이오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문을 굳게 닫고 있던 미국이 약가인하를 통한 바이오시밀러 확장 정책을 펴고 있는 냉ㆍ온탕 전략으로 바이오시밀러 확장성이 불투명한데다 대통령 선거까지 맞물려 실효성까지 의문을 나타냈다.  

유럽 시장 하향 안정화=바이오시밀러 출시 3~5년이 경과한 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인플릭시맙'(오리지널약 '레미케이드')과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에타너셉트'(오리지널약 '엔브렐') 시장의 오리지널 매출은 하향 안정화 추세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시밀러의 올해와 내년에는 매출이 정점에 이를 것이다.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 합산 유럽 매출은 올해 3분기부터 전년대비 매출이 감소세로 전환되는 등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항암제 시장도 유사한 상황으로 바이오시밀러 출시 2년이 경과한 림프종 치료제 '리툭시맙'(오리지널약 '맙테라') 시장은 오리지널의 전년대비와 분기 매출 감소로 지난해 4분기부터 오그라들고 있다. 오리지널의 병용요법이 일반적이고 SC 제형의 비중이 큰  '트라스투주맙'(오리지널약 '허셉틴') 시장은 바이오시밀러 침투 속도가 더뎌 출시 5분기 차 트라스투주맙 바이오시밀러의 합산 점유율은 27%로 출시 후 같은 기간이 경과한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단일 품목인 '트룩시마'의 점유율(32%)보다 낮았다. 

지난해 4분기 4개의 바이오시밀러가 동시에 출시된 '아달리무맙'(오리지널약 '휴미라')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중 가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의 매출 증가폭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점에서 볼 때, 경쟁 강도가 심할수록 가격이 빠르게 하락해 매출 피크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2020년 유럽 특허 만료로 면역항암제 '베바시주맙'(오리지널약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예상되고 있어 경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개 품목이 허가를 받았고 1개는 허가 신청을 마친 상황이다. 

 ◇미국시장 단가 하락 가능성=미국 최초의 항암제 바이오시밀러인 암젠의 '칸진티(Kanjinti)'와 '엠바시(Mvasi)'가 첫 분기 점유율 2~3%를 기록했다. 항암제는 만성질환보다 신규 환자 처방 비율이 높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침투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나 리베이트 비율이 낮은 만큼 향후 경쟁 심화에 따른 가파른 단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5개 성분의 사례를 살펴보면, 모든 오리지널의 리베이트 및 할인율은 바이오시밀러 출시 후 확대됐으며 할인율이 클수록 사보험 커버리지 비율이 높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어데니카(Udenyca)'는 올 1분기 출시됐는데 판매 단가 할인폭을 키워 사보험 84%에서 커버됐고 올해 3분기 기준 '페그필그라스팀(pegfilgrastim)' 성분 의약품 내 점유율 18%를 기록했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네우포젠(Neupogen)'은 재조합단백질로 항체 치료제 대비 생산 원가가 싸고 연간 치료 비용도 저렴해 가격이 20~30% 정도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출시로 전체 처방량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반면 항체 치료제는 재조합단백질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비싸 오리지널 대비 20~30%가 할인된 바이오시밀러도 바이오의약품을 쓰지 못하던 환자를 끌어오기에는 가격 저항이 크기 때문에 처방전 증가 속도보다 가격 하락이 빠르게 전개되며 전체 시장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 약가 인하 기조=여ㆍ야가 약가인하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려 인하 기준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은 다양한 약가인하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샌더스가 발의한 ‘Medicare for All Act’는 약가 협상 권한이 전적으로 정부에게 옮겨간다는 점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에 긍정적이지만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법안인 만큼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또한 양당이 공동 발의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도 받고 있는‘Prescription Drug Pricing Reduction Act’도 메디케어의 약가 협상 권한, 약가 인상 상한을 인플레이션율로 제한하는 등의 핵심적인 내용은 협상에 실패했다. 직접적인 약가 규제 내용을 포함하는 ‘Lower Drug Costs Now Act’는 민주당의 지지에 힘입어 하원 통과 가능성은 높으나 공화당의 반발로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다수의 정책들이 약가인하를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지만 정치 이슈와 맞물린 만큼 법안 제정 가능성보다는 표심을 노린 내용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법안 제정 후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까지 장기간 소요될 전망이다. 또한 직접적인 약가 규제는 오리지널 약가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하는 바이오시밀러에 비우호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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