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제약사들의 '제네릭 생존법칙'이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리베이트 규제 강화, 계속되는 약가 인하 등으로 제네릭에 기대어 장사하고 있는 대다수 제약사들이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6일 발행한 제약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영업 이익률이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약가 인하에 취약한 제네릭 의존도를 줄이고 수익성이 좀더 나은 개량신약과 신약 개발에 집중 투자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정부가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올해 제네릭 약가 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 개편안은 오리지널 약가 대비 53.6%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및 원료약(DMF) 등록으로 요건이 강화되는 게 골자다.

20번째 제네릭 보험등재 이후 추가 약가 인하로 경쟁 업체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점차 감소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쥐꼬리 이익률'에 등록 요건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까지 떠안아 제네릭 장사가 버티기 힘든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장정숙 의원(바른미래당)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돈이 되는 약은 다국적제약사가 팔고 국내사는 제네릭 등 저가약을 팔면서 수익성마저 악화되고 있고 약가 인하라는 악재까지 겹쳤다"며 진퇴양난에 빠진 국내 제약사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고령화 인구 증가세로 국내 의약품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여 국내제약사들은 제네릭보다 개량신약 및 복합제 개발로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국내제약사들도 매출액 증가보다 연구개발(R&D)에 더 큰 돈을 투자하며 단기 이익보다 미래 가치 창출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제약ㆍ바이오, R&D 기반 수익 창출 구조… 임상 투자 증가

제약ㆍ바이오 산업은 R&D 기반의 신약 개발로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다. 국내 개발 신약 총 30개이지만 실제 매출 발생되는 의약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돈되는 신약 부재로 국내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내와 외국 10대 제약ㆍ바이오社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는 영업이익률이다. 글로벌 제약사는 R&D 투자가 매출액의 20%를 집행함에도 불구하고 영업익이 20% 이상인 반면 국내제약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10%이며,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후 6~8%에 머물고 있다. <그래픽1 참조>

이에 따라 국내제약사들은 제네릭 위주에서 도입 약품과 개량신약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수익성을 개선시키려 한다. 개량신약도 제형ㆍ제법 연구가 필요한 부문으로 최근 R&D 투자비 증가 추세다.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이 최종 목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R&D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약 개발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임상시험 단계로, 국내 제약산업 연구 비용에서 임상 비중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임상 비용 증가는 신약 개발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희망도 있다. 의약품 시장은 마르지 않는 샘물로 고령화 인구 증가로 의약품 수요가 늘고 있고, 원외처방 환자 수 및 처방액도 증가세다. 의약품 사용액은 2017년과 지난해 각각 5%, 10%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부문이 많아 신약에 대한 갈망이 높아지고 있다. 신약이 국내 제약산업에도 큰 폭의 성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임상 단계와 임상 데이터도 중요해지고 있다. 임상 진행 및 임상 데이터 공개에 따라 주가의 방향성이 결정되는데, 신약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단계로 임상 2상 중간 결과가 제시된다. 임상 2상의 경향성이 결국 3상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으론 무분별한 기대감의 주가 상승보다는 결과를 확인하는 시장으로 변할 전망이다. <그래픽2 참조>

◇한미약품, '아모잘탄 패밀리' 기반으로 뚜렷한 원가 절감 효과

국내제약사들은 아직까지 신약 개발보다 성공률이 높은 개량신약과 복합제를 통해 신약 개발 재원을 마련 중이다. 대부분 국내사들이 개량신약 개발 성과에 국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량신약은 투트랙 전략으로 염 변경, 제형 변경 등을 통해 특허 회피 제네릭과 효능 및 편의성이 개선된 개량신약으로 구분된다. 개량신약은 제네릭과 도입 약품보다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신약 개발을 위한 캐시카우(수익창출)이 가능하다. <그래픽3 참조>

개량신약과 신약이 주목되는 까닭은 제네릭과 도입 약품의 한계 때문인데, 이에 반해 자체 개발 복합제와 개량신약은 수익성이 증대되고 있다. 개량신약 개발의 대표주자인 한미약품은 ‘아모잘탄 패밀리’를 기반으로 뚜렷한 원가 절감 효과를 맛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ㆍ보툴리눔 톡신, ASP 하락과 균주 논란 해소돼야 

개량신약과 함께 바이오시밀러와 보툴리눔 톡신도 제네릭 한계를 극복할 의약품으로 꼽힌다.

바이오시밀러의 긍정 요소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지속되기에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계속 확장된다는 점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진입 장벽이 높은 합성화학의약품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퍼스트 무버(First-Mover)인 램시마 등은 유럽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의 평균판매가격(ASP) 하락과 새로운 의약품과의 경쟁 심화는 위험 요소다. 최근 시밀러 진출 기업 증가와 ASP의 하락은 바이오시밀러의 리스크로, 셀트리온은 '램시마SC'를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이 기대된다.

국내 개발 보툴리눔 톡신도 글로벌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올 2월과 10월 연속으로 허가를 받았고, 메디톡스의 '메디톡신'과 휴젤 제품도 각각 중국에서 허가를 앞두고 있다. 나보타 역시 중국 임상 3상이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주름 및 미용에 집중됐던 톡신의 사용이 치료용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톡신 매출에서 치료용 비중이 미용 비중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적응증 확장을 위한 임상이 다수 진행되고 있으며, 전체 톡신 시장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도 치료용이 늘고 있다. 미용에 대한 관심으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과 높은 약가 혜택을 볼 수 있는 미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다만 톡신의 균주 논란은 해소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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