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종양내과학회가 지난 7일 ‘2019 대한종양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암환자들이 동물용 구충제를 복용하다가 장이 괴사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켜 병원 응급실에 실려오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종양내과학회는 이같은 사례를 현재 수집 중이라고 밝히고 곧 구체적 사례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같은날 대한의학협회(의협)도 보도자료를 내고 “암환자에 대한 동물용 구충제의 항암효과는 임상 근거가 없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아 복용을 권장할수 없다”고 밝혔다. 종양내과학회와 의협의 이러한 발표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암환자들 사이에 동물용 구충제가 항암 치료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부작용 사례까지 나타나자 서둘러 강력하게 환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취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용 구충제의 항암치료 효과는 지난달 초 미국에서 소세포폐암 말기환자(확장성 병기)가 펜벤다졸 성분의 동물용 구충제를 복용하고 암이 완치됐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국내에 알려짐으로써 시작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암환자들로부터 펜벤다졸 성분의 동물용 구충제는 물론 이와 비슷한 화학구조를 가진 알벤다졸, 메벤다졸 등 사람 구충제까지 품절 사태를 빚는 등 사재기 열풍이 일었다.

이러한 무분별한 구충제 구입 열풍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직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환자들 입장에선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 환자가 최근 동물용 구충제 과다 복용으로 장 괴사 증세를 일으켜 한 종합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다른 환자도 다른 부작용으로 입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태원 박사(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동물 구충제의 복용에 따른 위험성을 환자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환자들이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종양내과학회는 “항암물질이 약제가 돼 환자들에게 쓰일 수 있으려면 임상부터 판매 허가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지금의 동물 구충제는 인체에 대한 임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항암물질로 쓰이지 않는 많은 화학물질 중에도 항암제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기전을 갖고 있는 것들이 있어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항암치료제로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펜벤다졸 성분의 동물용 구충제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개 염소 등 동물에만 사용토록 승인한 약품이다. 국내에서도 아직까지 사람에게 똑같은 항암효과가 있다고 확인된 임상시험은 발표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이 성분의 구충제 복용으로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세심한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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