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지역가입자들의 재산에 부과하는 건강보험료가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매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건보공단이 내놓은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요소별 보험료 현황’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지역가입자들이 납부한 건보료 6974억원 가운데 재산분 건보료 비중은 45.5%나 됐다. 이는 2017년 38.6%(연간 기준), 지난해의 44.1%보다 높아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전환키로 하고 지역가입자들의 부동산에 부과하는 건보료를 낮춰주기로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지역가입자들의 재산에 매긴 건보료가 금액으로는 3099억원으로 2017년 2820억원보다 10% 가량 늘어났다. 국세청의 자영업자들에 대한 사업 소득 파악률이 2009년의 50%에서 2017년 92%로 높아졌는데도 그랬다.

정부는 지난해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면서 피부양자 기준을 대폭 강화했었다. 이에 따라 연 소득이 3400만원(종전 4000만원)을 넘거나, 부동산 등 재산이 5억4000만원을 넘으면서 연간 소득이 1000만원을 초과할 때 피부양자 자격에서 제외하고 별도의 건보료를 내도록 피부양자 자격을 강화했다.

이같은 조치로 새로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가구 수가 약 30만 가구에 달했다. 또 정부가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 등의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 가격을 크게 올린 것이 지역가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지역가입자들의 건보료 납부율과 금액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이들 지역가입자로 새로 편입된 가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오는 2022년 6월까지 이들에 대해 건보료의 30%를 감면해주기로 했었다. 올해 기준으로 감면액이 연간 758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지역가입자들의 재산분 건보료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들 지역가입자들의 재산분 건보료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감면 기간이 끝나는 2022년 7월부터는 이들의 건보료가 현재의 기준으로 사실상 43%나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복지부가 국회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특히 지난해 7월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지역가입자 중 30%가 60세 이상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 현역에서 물러난 은퇴자들로 대부분 부동산 등 재산 때문에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사람들이다. 건보료가 늘어나면 연금으로 생활하기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공시 가격의 인상에 따라 재산세보다 더 많은 건보료를 내는 가구 수가 무려 200만 가구에 달한다고 했다. 재산세와 건보료를 내기 위해 평생동안 벌어서 마련한 집 한채를 팔아야 한다는 역설도 제기된다. 이는 복지가 아니라 국민 괴롭힘 제도다.

정부가 부자들의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막기위해 피부양자 자격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소득이 얼마되지 않은 은퇴자들에게 재산분 건보료를 더 내도록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새로운 제도에 불합리성이 발견됐다면 즉시 고쳐야 한다. 정국이 어수선하지만 정부가 할 일은 제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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