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다빈치 로봇 수술기를 이용한 만성신부전 환자 신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사진=세브란스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다빈치 로봇 수술기를 이용한 수여자 신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허규하 교수팀(비뇨기과 한웅규ㆍ나준채 교수, 이식외과 이주한ㆍ양석정 교수)은 지난 11일 신장 기능이 악화된 30대 남성 A씨에게 로봇 수술기를 이용해 여동생의 신장을 이식했다. 환자는 특별한 합병증 없이 잘 회복해 지난 19일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번에 이식 수술을 받은 30대 남성 A씨는 10여 년 전부터 고혈압에 의한 만성신부전을 진단받고 가까운 병원에서 계속 외래 통원 치료를 받아왔다. A씨는 올해 상반기부터 간헐적으로 몸의 컨디션이 저하되는 느낌을 받다가 9월경부터 신장 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요독에 의해 전신상태가 좋지 않아 투석이나 신장이식과 같은 신대체 요법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마침 가족 중 여동생이 신장 기증 의사가 있어 공여자로서 적합한지 여부를 평가하고자 검사를 시행했다. 의학적으로 기증이 적합하다고 판단돼 여동생이 최종적으로 신장을 오빠에게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지난 11일 여동생의 좌측 신장을 기증받아 약 5시간에 걸쳐 로봇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로봇 수술기를 이용한 세계 최초 신장이식은 2010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병원에서 시행됐다. 이후 유럽 일부 국가, 인도 등에서 시행됐으며 국내에서는 이번 수술이 처음이다.

기존의 개복수술을 통한 신장이식은 절개창이 대략 20cm 정도로 컸다. 그러나 로봇 신장이식 수술은 배꼽 주변으로 대략 6cm 정도의 절개창으로 수술이 가능했다.

외국 논문에 의하면 로봇 이식수술은 개복수술에 비해 절개창이 작아서 미용적 효과가 있으며, 수술 후 통증이 경감돼 회복이 빨랐다. 특히 상처감염 위험성이 감소하고 복강 내 수술 범위 축소로 수술 중 출혈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이식외과 허규하 교수도 다빈치 로봇을 이용해 최대 10배의 시야를 확보해 수술을 진행했고 로봇 기구의 자유로운 관절 운동으로 조작이 수월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했다.

반면 로봇을 이용한 신장이식은 아직 수술비용에 대해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있다.

허규하 교수는 “현재 로봇수술 신장이식은 도입 단계로 살아있는 사람의 신장 기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수여자 및 공여자 선정 시 체격조건, 혈관 상태와 같은 해부학적 조건, 면역학적 위험도 등을 고려해 대상자를 선별했다. 향후에 좀 더 많은 경험이 쌓이면 뇌사자의 신장 기증 등 대상 기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비용적인 면에서 의료보험의 적용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허규하 교수는 2017년 말부터 비뇨기과 한웅규 교수,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 수술센터와 함께 로봇수술 신장이식을 준비해 왔다. 허 교수는 개복수술을 이용한 신장이식은 800례 이상의 충분한 경험이 있었으나, 로봇수술 경험은 없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외국 의료기관에서 시행한 로봇 신장이식의 문헌과 수술 동영상을 리뷰하면서 로봇내시경 수술센터에서 기본적인 술기 연습을 해 왔다.

올해 3월에는 미국 디트로이트 헨리포드 병원에서 로봇 신장이식에 경험이 많은 정우주 교수를 초빙해 카데바를 활용한 로봇 신장이식 워크숍을 진행했고, 자문을 받아가며 간접 경험을 계속 쌓아갔다. 또한 다른 분야에서 많은 케이스의 로봇수술을 시행한 경험 많은 교수들의 수술을 직접 참관해 술기 습득에 도움을 받았다.

이번 로봇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서는 올해 6월부터 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실 간호팀, 로봇내시경 수술센터 의료진과 구체적인 프로토콜을 만들어 공유하면서 준비해 왔다.

허규하 교수는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로봇 신장이식을 받고 빠른 회복과 수술 결과에 만족하기를 바란다"며 "국내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로봇 신장이식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라고 말했다.

허규하, 한웅규 교수
                                           허규하교수                            한웅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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