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CAR-Tㆍ면역세포치료제 등 환자 맞춤형 정밀의학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에선 연구환경과 허가 규정 미흡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DB금융투자가 26일 공개한 제약보고서에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CAR-T 관련 기술을 개발중인 국내 기업은 녹십자셀, 앱클론, 유틸렉스, 큐로셀 등 손꼽을 정도다. <아래 표 참조

외국의 CAR-T 연구는 중국 약진이 눈에 띈다. CAR-T 연구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민간 투자 덕분에 최근 중국의 임상시험 사례가 빠르게 증가했다. 2016년 이후 CAR-T 관련 임상시험의 과반수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난징레전드는 2017년 ASCO(미국임상종양학회)에 서 CD19이 아닌 BCMA CAR-T로 100%의 반응률을 보이면서 주목을 받았으며 존슨앤존슨과 공동 연구중에 있다. 2018년 ASH(미국혈액학회)에선 74%의 완전관해율을 발표했다.

CAR-T는 1997년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에게 처음 투약이 시도됐고 2010년 3명의 만성림프 구성백혈병(CLL) 환자에 대해 CD19 양성 B세포 타깃으로 하는 임상을 통해 2명의 환자에게서 백혈병 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최초로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2017년 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곧이어 2017년 10월 길리어드의 '예스카다'가 FDA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300여개의 CAR-T 파이프라인이 임상 단계에 있다. <그래픽 참조>

미국에선 정밀의학에 대한 규제 완화에 힘을 실어왔다. 2017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시작과 함께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의 개혁을 주도한 스콧 고틀립(Scott Gottlieb) 전임 FDA 국장은 신기술 도입과 약가 인하의 시대 요구에 부응하여 재직기간 동안 CAR-T, RNAi 치료제를 최초로 허가해줬다. 또 희귀질환 및 유아용 신규 항암제 허가가 증가했으며, 기존 약물은 56개 신규 적응증 허가, 신규 물질 및 바이오시밀러 35종의 허가가 이뤄졌다. 덕분에 최근 2년간 신약 및 제네릭 허가 건수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전 10% 미만이었던 FDA 정밀의료 관련 의약품의 허가가 2018년 42%(25개)로 증가했다. 정밀의료는 특히 항암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진행된 항 암제 관련 임상시험의 55%가 생체지표를 사용했다. 2000년 15%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증가한 수치다. <그래픽 참조>

항암제 분야는 질병에 대한 이해와 동반진단의 발전 때문에 앞으로도 정밀의학의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밀의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고르는 요소는 질병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그에 맞는 생체지표, 생체지표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 동반진단의 경제성이다.

항암제 이후로 단기적으론 면역질환, 소아 및 태아에 대한 질환, 감염질환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적으론 생체지표를 찾기 어려운 중추신경계, 기존 치료제로 대응이 되지만 더 세밀한 치료적 접근이 필요한 심혈관계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허가 과정에선 혁신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재생의약 첨단치료제(RMAT) 등의 새로운 루트가 필요하며 허가의 관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2018년 11월 FDA 승인을 받은 '비트락비'는 TRK억제제로 NTRK 유전자 융합이 발생한 고형암에 사용하는 조직불문(Tissue agnostic) 생체지표 항암제다. 기존의 항암치료 개념은 암세포 유래조직과 발생 부위에 기반한 치료를 해왔지만, FDA가 기존 접근 방법에서 벗어난 생체지표 기반 치료제 승인으로 항암치료의 패턴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2000년 17%였던 생체지표 기반의 항암제 임상시험은 2018년 55%로 증가했다. 시험이 가장 활발한 기관은 NCI(미국 국립암 연구소)이며 기업은 로슈의 임상 건수가 가장 많았다. 로슈는 최초의 정밀의학 의약 품인 '허셉틴'을 출시했고 항체의약품과 진단사업부를 모두 보유해 정밀의학에 가장 근접한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허가 측면에서 소규모 환자군의 치료를 위해 개발된 의약품 또는 진단 방법의 경우 빠르게 허가가 진행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속 허가 후 의약품을 사용하면서 실제 환자 처방 데이터(Real World DataㆍRWD) 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고 허가ㆍ심사자들은 개별 대상의 복잡한 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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