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성 유전 편집'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유전자 공학 도구로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뇌의 불규칙성(뇌 발달장애 등)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후성 유전 편집은 기본 DNA 코드를 변경하지 않고 유전자의 발현 또는 판독을 변경하는 방법이다.

인간의 경우 ‘C11orf46’ 유전자를 포함한 DNA 부분의 돌연변이는 지적장애를 일으켜 신체의 많은 시스템을 손상시킬 수 있는 ‘WAGR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C11orf46이 뇌의 오른쪽과 왼쪽을 연결하는 신경섬유 묶음인 뇌량(腦梁)의 발달을 이끌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자폐증과 같은 뇌 발달장애 및 WAGR 증후군에서 생길 수 있는 지적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WAGR 증후군의 다른 이름은 염색체 ‘11p13 결실 증후군’이다. 이를 일으키는 돌연변이는 염색체 11의 특정 영역에서 DNA의 결실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C11orf46 유전자는 이 영역에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결실된 C11orf46 단백질의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마우스를 대상으로 코딩 유전자를 침묵시켰다. 그러나 유전자를 직접 삭제하는 대신 후성 유전 편집 도구를 사용해 유전자 발현을 줄였다. 이 도구를 사용하면 염색질을 변경할 수 있다. 이 변경으로 세포의 DNA 리더가 단백질의 DNA 코드를 읽기가 더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세포가 더 적게 생산된다.

연구팀은 C11orf46 단백질을 적게 생성한 마우스가 뇌량을 올바르게 발달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뇌 손상은 WAGR 증후군에서 발생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정밀 분석 결과, C11orf46 단백질을 적게 생산하는 마우스는 ‘세마포린 6A(Semaphorin 6A)’라는 또 다른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서 더 높은 발현을 보였다. 세마포린 6A는 뇌에서 신경 축삭의 성장 방향을 안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연관돼 연구진은 관련 유전자인 ‘SEMA6A’의 발현을 변경한 후성 유전 편집을 통해 마우스에서 세마포린 6A를 감소시키고 뉴런 축삭 다발을 복원해 정상적인 마우스와 유사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염색질의 후성 유전학적 편집이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뇌의 신경 연결을 재형성하고 뇌 발달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후성 유전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논문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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