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성 면역결핍증(에이즈) 감염 경로를 둘러싸고 최근 보건복지부와 대학병원 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복지부는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를 통한 지난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성 간 성 접촉(53%)이 동성간 성 접촉(47%)보다 더 많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전국 21개 대학병원이 참여해 에이즈 감염자 1442명을 대상으로 반복 면접조사를 실시한 ‘한국 에이즈 코호트 연구’ 결과에선 국내 에이즈 감염 경로의 60%가 동성 간 성 접촉이 원인이었다. 이성간 성 접촉에 따른 에이즈 감염은 35%였다. 정부 발표와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이같이 에이즈 감염 경로를 두고 견해 차이를 보이는 것은 보건소 조사는 대부분 설문 조사인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치료 과정에서 동성애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환자들이 에이즈 감염경로를 솔직하게 밝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반면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들이 감염 경로에 대해 치료 초기에는 창피함 때문에 이성 간 성 접촉이라고 답변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들이 의사와 개인적 친분이 쌓이면 오랜 기간의 동성간 성 접촉을 털어놓는 일이 많다고 했다. 또 주치의들도 정확한 진찰을 통해 동성간 성접촉에 따른 특징적 임상소견을 토대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감염질환인 에이즈는 그 감염 경로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치료의 첫 걸음이다. 특히 에이즈의 경우 동성 간 또는 이성 간이냐에 따라 치유 방법이 다를 수 있다. 청소년들에 대한 사전 성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올해 진료한 에이즈 환자 20여명 가운데 80%가 동성 간 성 접촉에 따른 환자였다고 밝혔다. 특히 이는 젊은층일수록 심해지고 있고 10대는 무려 90%가 이성간 성 접촉으로 에이즈에 감염된다고 했다. 국내 에이즈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이러한 코호트 연구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보건소 조사 결과만을 믿고 국내 에이즈 감염이 이성 간 성 접촉으로부터 더 많이 발생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정치적 또는 사회적으로 소수자 배려 정책으로 동성애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대학병원 측과 공동으로 더 정확한 에이즈 감염경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에이즈 감염은 누구에게나 남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10대들에 대한 성교육도 이에 맞춰져야 한다.

의학적으로 이성간 1회 성 접촉으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0.04~0.08%라고 한다. 그러나 동성 간 1회 성 접촉으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1.38%로 이성보다 17~35배나 높다는 사실을 복지부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복지부가 국내에서 매년 1000명이 넘는 에이즈 환자가 발생하는 데도 심각성을 갖지 못한다면 누가 이에 대처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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