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임상시험이 유럽과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가상 임상시험은 환자가 병원에 내원할 필요 없이 가정에서 임상에 참여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임상 기관은 환자 모집과 모니터링 비용을 절감하고 실시간 치료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사진=외신 캡쳐]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집에서 참여할 수 있는 ‘가상현실 치료법’(Virtual Reality Therapyㆍ가상 治験)이 유럽을 중심으로 퍼지는 가운데 '가상 임상시험'이 여러 나라에서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에선 제약사, 의료 기관, 임상연구기관 등이 이르면 내년부터 실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상 임상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원할 필요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임상으로 웨어러블 장치, 전자 환자 일지(ePRO), 온라인 진료 등을 활용해 원격으로 임상을 실시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설명에서 완료까지 모든 가상으로 수행하는 방법도 있고, 기존의 임상과 함께 통원 횟수를 줄이는 ‘하이브리드형’도 있다.

가상 임상의 가장 큰 장점은 환자와 가족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멀어 기존 임상시험에 참가할 수 없었던 환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이와 함께 임상시험에 대한 접근성 향상은 환자 모집의 효율성과 모니터링 비용을 절감하고 실시간 치료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등 임상을 실시하는 제약사나 병원, 연구소에도 큰 이점을 제공한다.

가상 임상은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에선 ‘사이언스 37’(Science 37)과 미디어 데이터 등이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활용이 진행되고 있다.

사이언스 37은 2017년 미국 에이오바이옴(AOBiome)과 여드름치료제의 전체 가상 임상 2상을 실시했다. 사이언스 37은 스위스 노바티스와 프랑스 사노피, 미국 릴리 등과 제휴해 일반적으로 임상 시험에서는 데이터를 모아 어려운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가상 임상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 오츠카 홀딩스(HD)의 미국 자회사도 2017년에 정신과ㆍ행동 건강 영역에서 사이언스 37과 가상 임상을 제휴했다.

플랫폼뿐 아니라 웨어러블 장치의 활용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FDA는 2019년 디지털 장치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승인 심사에 이용하거나, 가상 임상의 활용을 촉진하는 것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에서도 디지털 디바이스를 사용한 임상은 많아지고 있다. CRO(임상시험수탁기관) 3HHD(클로이그룹)에서 24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한 임상에서 심전도(ECG) 센서를 탑재한 패치를 사용한 원격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일본에선 ‘가상 치험(治験) 후진국’ 우려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도쿄센터 클리닉 나가시마 임상연구 센터장은 3HHD가 11월28일 제약기업을 대상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일본에서 가상 임상 도입과 연관돼 과제와 향후의 전망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나기시마 센터장은 가상 임상의 과제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신뢰성이라고 밝혔다.

나가시마 센터장은 “전체 가상 임상이라면 몰라도 병원에서 취한 데이터와 집에서 취한 데이터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의 경우 진정한 데이터는 어느 것인가를 결정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난제는 채혈이다.

혈당 등 간단한 검사 항목이라면 환자 자신도 할 수 있지만 약의 혈중 농도를 알고 싶을 때 등은 의료 종사자가 채혈을 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선 의사가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 진료 방문 간호사에게 지시해 실행할 수 있지만 현재는 간호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해결 방법은 간호사 파견 회사와 계약하고 '가상 치험팀'을 만드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일본에선 현재 임상시험 참가자 전자 동의가 인정되지 않고, 환자의 집에 치험약 배송 등 인프라도 없다. 따라서 한번도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는 전체 가상 임상은 어렵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나가시마 센터장은 “하이브리드형이라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가시마 센터장은 2020년 1월부터 ePRO 및 착용할 장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하이브리드형' 임상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제약사들도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 하는 눈치 싸움 중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가상 임상시험은 ‘희귀질환’과 게임과 의료를 결합한 ‘디지털 세라퓨틱스(DTx)'부터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환자가 적은 희귀질환으로 가상 임상을 활용하면 환자 채용과 모니터링을 간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DTx는 약을 배송하거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채혈을 할 필요가 없다. 원래 온라인에서 데이터를 관리토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가상 임상에 적합하다.

지금까지의 임상시험에선 환자가 정해진 시간에 내원해야 하지만, 가상 임상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참가할 수 있으며, 중간에 이탈하는 사람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세라퓨틱스(DTx)' = 앱, 게임, 가상현실(VR) 형태를 가진 고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기반해 엄격한 치료 효과 검증과 규제기관 인ㆍ허가를 거쳐 의학적 치료를 제공한다. 1세대 치료제 합성화합물, 2세대 치료제 생물제제(항체, 단백질, 세포)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미국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아칼리인터렉티브랩 'EVO'는 소아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다. ‘뉴로레이서’라는 게임으로 인지능력 향상을 이끌어냈다. 임상 결과 20명에게 5일동안, 25분씩 4주간 EVO를 하게 했더니 주의력 향상 결과를 보였다. 7명은 큰 개선을 보여 ADHD 범주에 들지 않게 됐다. 효과는 사용 후 최소 9개월 동안 유지됐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최근 뉴냅스 ‘뉴냅비전’ 임상을 Dtx로는 처음 승인했다. 시야장애 개선을 위한 VR 게임 형식의 DT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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