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 관련 학술정보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분석 업무에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A-Clarivate Analytics)는 지난 9월 태평양 서부 연안 지역 아태활동회의(APAC) 국가 총 4만6509개에 이르는 제약사 중 신약개발 가능성이 있는 929개 기업을 선별해 제약 혁신 현황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중 10개 이상 의약품을 시장에 출시한 제약사를 대형으로, 10개미만 출시한 제약사를 중소제약사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대형 혁신제약사를 다시 41개로 압축하고 100곳은 중소 혁신제약사로 선별했다. 가장 신약개발 가능성이 높은 41개 대형 혁신제약사 가운데 상위 20위까지 제약사 중 15곳은 일본제약사가 휩쓸었다. 나머지 5개사는 호주 중국 인도가 각각 1개사였고 2개 회사는 한국의 한미약품(11위)과 대웅제약(12위)이었다. 41위 안에 든 국내제약사론 한독, SK그룹, LG화학,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보령제약, 안국약품, 일동제약, CJ였다.

중소 혁신제약사로는 제넥신, 휴온스 등 9개 제약사가 100위 안에 들었다. 아태 국가 중에서 일본을 제외하고선 한국이 신약개발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될 만큼 한국이 세계 신약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입지를 구축해 온 것이 입증된 셈이다.

한국 제약업계가 수준높은 바이오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이 독점하고 있는 신약개발 분야에 끈질기게 도전한 결과다. 또 중소제약사들의 신약개발 의지도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신약개발이 활기를 띠면서부터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은 소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이같은 이유로 이미 국내 중소 30여개 업체가 AI를 활용한 제약 연구조직이나 전담팀을 구성해 신약개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똑똑한 신약 1개를 개발하면 특허 출원 후 거의 20년동안 시장독점권을 갖고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 신약개발의 세계다. 그러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의약품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개발-임상-허가-시장 출시에 이르끼까지 보통 10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된다. 투입되는 개발비용도 수천억원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 식품의약국(FDA)으부터 판매 허가를 받기까지 신약 하나 만드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무려 14년에 개발비는 평균 15억달러(약1조7400억원)가 든다는 통계 자료도 있다. 또 제약회사의 경우 연구원들이 발굴한 5000~1만개의 신약후보물질 중 심사를 거쳐 5%에 대해서만 예산 지원이 되고 이 가운데 2%만이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신약으로 탄생한다고 한다. 신약개발 성공률이 0.1% 밖에 안된다. 연구의 전문성과 최고경영자의 흔들림없는 개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개발 기간 중 수익성과 경영 안정화도 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신약개발 분야가 국가의 미래 먹거리산업임을 감안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각종 규제 개혁과 관련 행정의 간소화는 필수다. 금융세제 면의 지원은 물론 연구원들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등 걸림돌도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담배꽁초 줍기 등 허드렛일이 아닌 연구직이나 생산 인력 등 고급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투자도 늘릴 수 있다. 지난 수년간의 세월이 신약 강국을 향한 도전의 시간이었다면 새해 경자년(庚子年)은 이러한 꿈이 다시 한번 약진하는 비상(飛翔)의 세월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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