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65세 여자분이 가슴과 등에 발생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외래를 찾았다. 그 통증이 어찌나 심한지 옷이 몸에 닿기만 해도 쓰라리면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있었고,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이 닿아도 아파서 어쩔 줄을 몰라햇다.

당시 무더위가 한참이었지만,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서 집에서는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 수도 없었고, 집 밖을 나올 때면 고통을 참아가면서 윗옷을 입고 있었지만, 집 안에 있을 때는 아픈 곳에 옷이 닿지 않게 하려고 옷은 벗고 지낸다고 했다.

환자가 호소하는 극심한 통증은 ‘대상포진후신경통’이었다.

대상포진후신경통은 대상포진에 걸린 후에 발생한 신경통증이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어릴 때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같다.

많은 사람이 어릴 때 수두를 앓고 난 후 낫게 되지만, 그렇다고 이 수두 바이러스가 몸에서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 수두 바이러스는 우리 몸의 신경 한 구석에 숨죽인 상태로 숨어 있게 되는데, 이렇게 숨어 있던 바이러스는 자신이 숨어 있는 사람의 면역이 강할 때에는 재발하지 못한채 죽은 듯 있다가 사람의 몸에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고 면역이 떨어지면 몸 속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재발해 우리 몸의 신경을 타고 병을 일으킨다.이것이 바로 대상포진이다.

어릴 때와는 달리 바이러스가 재발해 생기는 대상포진의 경우 전신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얼굴이나 몸통, 또는 팔, 다리 등의 특정 부위에 국한해 수포(작은 물집)와 통증, 가려움증 등을 동반하는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대상포진이 발생하였을 때 초기에 치료를 잘하면 후유증 없이 낫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를 늦게 시작했거나 대상포진이 생긴 후 증상이 심한 경우, 또 초기에 치료를 하더라도 나이가 많거나 면역이 떨어진 환자들의 경우에는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발전할 수 있다.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 바이러스가 신경을 파괴시킬 수 있는데, 이 망가진 신경으로 인해 극심하고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즉, 대상포진이 걸려 항바이러스제를 처방 받으면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죽어 없어지지만, 망가진 신경은 계속 남아 있어 통증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대상포진후신경통은 나이가 많을수록, 수포 발생 전이나 초기에 통증이 심할수록, 수포가 넓은 부위에 나타났을 경우, 얼굴에 대상포진이 발생했을 때, 대상포진 치료를 늦게 시작했을 때, 면역이 떨어져 있는 환자들에게 많이 생긴다.

증상도 심하다. 특히 70대 이상에서는 약 29.7%의 환자들이 대상포진이 발생한 후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3명 중에 한 명 정도는 대상포진이 걸린 후 증상이 장시간 지속되는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발전한다고 볼 수 있어 고령의 환자일수록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거나 나이가 많고, 대상포진이 심하게 발생했던 환자들 중에는 10년 이상 통증으로 고통을 겪는 경우도 있어 대상포진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대상포진이 발생했을 때에는 빨리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시작해야 하고, 통증이 심하거나 나이가 많거나 얼굴에 대상포진이 생겼거나 수포가 넓게 발생했을 경우 마취통증의학과를 방문해 대상포진이 발생한 신경에 대한 치료(신경차단술 등)를 비롯해 초기부터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몇 년전부터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사용되고 있어 예방주사를 맞을 경우 대상포진이 발생하는 것을 미리 예방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또한, 현재 사용되는 생백신 외에도 사백신이 곧 판매될 예정으로 고령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김재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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