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글로벌 신약개발의 첫 관문인 ‘신약 후보물질 도출’을 위해 AI(인공지능) 도입 활용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지난주 AI 기반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스탠다임과 공동 연구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고 신약후보물질 개발 초기 연구 단계에서부터 AI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AI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오래된 일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AI 전담팀을 두고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6~7년 전부터다. 그러나 지금처럼 신약후보물질 개발을 본격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미 대웅제약 CJ헬스케어 유한양행 등이 글로벌 AI기업과 손잡고 후보물질 개발에 나섰고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도 JW 산하 연구기관과 협업에 착수했다.

제일약품도 국내 벤처기업인 온코크로스와 AI를 활용한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이번 한미약품의 AI를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개발은 이러한 국내제약사들의 AI 활용 경쟁에 큰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동 연구 계약사인 스탠다임은 온코크로스와 함께 국내 신약후보물질 개발 전문 회사여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약개발 사업은 미국에서도 평균 13~15년이 소요되고 투입 비용도 1조원이 넘는 거대한 사업이다. 이 가운데 초기 후보물질 개발에는 5년, 전임상시험(동물실험)에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후보물질 개발의 성공률은 0.1%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 비해 영세한 국내제약사로선 고부가가치산업인 신약후보물질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AI 활용은 국내 기업에 구세주가 아닐 수 없다. 한미약품은 앞으로 후보물질 개발에 소요되는 5년 이상의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풍부한 세계적 논문의 데이터와 국내 환자의 데이터를 사전에 AI에 학습시키고 연구원이 요구하는 물질의 데이터를 입력하면 AI가 그 답을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임상시험 단계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AI를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개발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번 실수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단계마다 연구원의 치밀한 감시가 필요한 것이다. 말하자면 AI는 연구자가 아닌 연구원의 도우미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한미약품의 본격 참여로 불붙을 것으로 보이는 국내제약사 간 AI 활용 신약물질 개발 연구가 국내제약사의 글로벌화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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