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우한(武漢)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수용된 12번째 중국인 40대 환자는 우한 폐렴에 대한 국내 방역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달 20일 아내와 함께 입국한 이 환자는 입국 즉시 경기도 부천 자가(自家)에 도착한 후 택시와 전철 등을 이용해 서울과 부천 등 돌아다니지 않은 곳이 거의 없었다.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쇼핑을, 서울 중구 음식점에서 식사를, 부천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다음날에도 택시와 지하철을 이용해 인천 친구집과 병원 진찰, 약국, 서울역 편의점 등을 들렀다. KTX와 택시를 타고 서울에서 강릉까지 오가고 강릉에서 음식점에도 갔다. 그 후에도 군포 의료기관과 약국 등을 전전하며 접촉한 시민이 148명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다 31일 부천 순천향대병원에서 진찰받고 2월1일에야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이 중국인 환자가 국내에 입국한지 거의 열흘만이다. 14번 환자인 이 중국인의 아내도 함께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쯤되면 우한폐렴이 확산 안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2일 오후 5시 현재 우한 폐렴 사망자 수는 중국 내에서만 하루 45명이 늘어나 304명에 달하고 확진자 수는 1만4450명에 이른다. 국내에선 사망자는 없지만 확진자 수는 하룻동안 5명이 늘어나 2일 현재 15명에 달한다.

이처럼 우한 폐렴 환자가 늘어난 것을 두고 정부의 늑장 대응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정부 측의 당부는 안일했다. 방역 컨트롤타워가 청와대 국무총리실 질병관리본부 행안부 등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헷갈렸다. 심지어 여당의 원내대표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국내 방역이 최우선 과제이겠지만 더 넓은 시각으로 한ㆍ중 관계의 미래를 내다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치권이 이처럼 엉뚱한 방향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일선 방역기관들이 어떻게 소신껏 대응책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마스크 300만장 등 500만달러(약 60억원)가 넘는 방역 기구를 중국에 지원하겠다고 밝혀 국내에선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국민들의 감염을 걱정하기보다는 중국인 환자를 더 염려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그 이유조차 모른다. 국민은 찬밥 신세라고 느낄 것이다.

정부는 2일 우한 폐렴 대응 확대 회의를 열고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선 4일 0시부터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제주도에 대한 무사증(비자) 입국제도도 일시 중단한다고 했다. 지난달 말 중국 방문자의 입국 금지 청원자 수가 60만명에 달한 데 비하면 너무 늦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일 우한 폐렴 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세계 각국이 앞을 다퉈 이와 비슷한 대응책을 발표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은 중국 전역에 대해 여행금지경보를 내렸고, 일본은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금지, 이탈리아는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의 운항 중단, 러시아도 항공기는 물론 열차 운행까지 금지시켰다. 중국의 동맹국이라는 북한까지 그 전에 일찌감치 국경을 폐쇄하고 주변 장마당까지 해체했다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의 춘절(春節) 연휴(1월24~2월2일)가 끝나는 3일부터는 중국인(조선족 포함) 10만여명의 입국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개학을 앞둔,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학생(7만1000여명)과 국내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 간병인, 업소종업원, 현장근로자들이라고 한다. 중국은 현재 31개성 전역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들 중국인들이 입국할 경우 한국도 사실상 중국과 똑같게 우한 폐렴 급속 확산 지역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정신을 차려 긴장감을 갖고 우한 폐렴 방역에 대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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