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사회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의심환자의 진료를 기피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선 행정처분과 함께 고발 조치하겠다’는 성남시의 공문에 대해 지난주 ‘공문을 철회하고 은수미 성남시장이 사과를 하라’는 내용의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경기의사회의 이러한 입장은 지난 1월말 성남시가 관내 939개 의료기관에 경고 공문을 보내면서 비롯됐다. 성남시는 이 공문에서 우한 폐렴 감염 의심환자 진료와 관련해 "'일부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중국을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진료 요청을 거부한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성남시는 그러면서 이러한 민원이 발생할 경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38조 및 15조에 따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고발될 경우 법 규정에 따라 해당 의료인과 기관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자격정지 1개월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사회는 “이러한 조치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질본)가 내놓은 우한 폐렴 감염증에 대한 의료기관 진료 지침과 정면 위배된다”며 성남시가 사과하지 않으면 강력한 후속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반발했다. 지난 4일 복지부와 질본이 내려보낸 진료 지침은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 여행 경력이 있는 우한 폐렴 감염환자에 대해 선별진료가 어려운 의료기관은 의심환자를 보건소 등 선별진료소로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하라”고 돼있다.

의사회와 일반 동네 병ㆍ의원의 주장은 이러한 복지부와 질본의 진료 지침과 궤를 같이 한다. 감염증에 대한 선별진료시설이 없어 진료가 불가능한 동네 병ㆍ의원 등 진료기관이 우한 폐렴 의심환자를 보건소 등 선별진료소로 보내는 것은 백번 옳은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없거나 중국 방문 경력이 없는 사람 중에서도 우한 폐렴 환자가 나오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처벌 규정을 내세워 환자 진료를 기피할 경우 엄벌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은 막강한 행정력을 앞세운 공무원의 전형적인 갑질이라는 것이 의사회의 주장이다. 이는 전문 지식이 없거나 당국간 원활한 행정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무능력한 탁상행정의 결과 아닌가 싶다. 사전에 한번이라도 복지부나 질본과 협의했더라면 이러한 공문 발송은 없었을 것이다.

경기의사회는 또 감염병 예방법 36조에 ‘시장ㆍ군수는 감염병 관리를 위해 시설 설치 및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염병 관리기관에 지원토록 돼있다’고 밝히고 은수미 성남시장은 공문을 보낸 939개 의료기관에 이러한 지원을 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당연한 질문으로 은 시장은 이에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의료기관은 우한 폐렴 환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의료기관 자체가 강제로 문을 닫아 격리된 상태라고 한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성남시는 각 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기 앞서 관련 의사회 등과 협의해 일반 병ㆍ의원의 우한 폐렴 의심환자 진료에 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했어야 했다. 지금은 공무원의 강압적인 행정이 판을 치던 50~60년대가 아니다. 사회에서 가장 뒤 떨어진 분야가 공무원 사회라는 세간의 비판을 성남시가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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