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중국의 우한 폐렴(코로나19)에 대한 위기 경보를 지금까지의 ‘경계’ 수준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수준으로 격상했다.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 중 가장 위험하다는 신호다.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에 이르면 정부는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릴 수 있고 대규모 실내 행사 금지, 버스ㆍ전철ㆍ항공기 등 대형 교통수단의 운행 제한, 장례식ㆍ예식장 등 다중시설의 이용 제한, 외국인 입국 제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심각’ 단계 격상 조치는 너무 뒤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처음 중국발 외국인의 입국 제한을 주장한 것은 한달 전인 지난달 26일이었다. 야당이 같은 주장을 한 것은 다음날인 지난달 27일이었다. 또 중국발 외국인의 입국 금지에 대한 청와대 국민 청원은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돼 닷새 만에 40만명을 돌파했었다. 지난 22일 마감한 이 청원은 76만2000명에 달했다. 우한 폐렴에 대해 국민들은 이처럼 걱정하고 있었는데 정부는 태연했다.

지난 21일까지만 해도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특정 국가의 특정 사람만 입국을 제한하는 것은 반드시 옳은 것만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인과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박 장관은 “중국발 입국자가 하루 평균 2만여명에서 4000여명 수준으로 줄었고 이 중 1000여명이 우리 국민”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 입국자들이 국내에 우한 폐렴을 감염시키는 일도 있으나 중국에 다녀온 우리 국민이 감염을 더 많이 시키고 있으니 중국발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박 장관의 주장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국내에서 발견된 우한 폐렴 첫 환자가 중국인이었음을 왜 잊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또 지금은 우한 폐렴을 전국에 퍼뜨린 원흉이 대구와 청도의 신천지교회 신도들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지만, 근본적 원인은 중국의 우한(武漢)인 데다 이미 2월들어 중국에선 전국의 31개 모든 성에 확산되고 있음을 주무부처 장관이 왜 간과하는지도 의문이다. 중국발 외국인의 입국자 수가 줄었다고는 하나 지금도 중국발 외국인 입국자 수가 내국인 여행객의 거의 4배나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초동대응만 제대로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전국적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의협의 똑같은 경고는 그 후에도 4~5차례 되풀이 됐으나 당국이 무시했다. 오히려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말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2월3일) 후에 이어 21일에도 나왔다. 그뿐 아니라 13일에는 정부로부터 “코로나19 사태는 곧 종식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 말이 나온지 일주일도 안된 19일엔 확진자 수가 무더기로 늘어났다.

24일 오전 7시 현재 확진자 수는 608명으로 주말 이틀 사이 204명에서 거의 3배나 늘었다. 사망자 수도 3명에서 6명으로 증가했다. 이같이 확진자 수가 늘어난 데도 복지부장관이 그 책임을 마치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내국인들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초동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것과 같다. 그러니 국민들이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는가. 정부가 이제라도 고집만 부리지 말고 제발 의협이나 감염병 관련자, 질병관리본부 등 전문가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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