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은 유전자 관련 질환의 진단키트(Kit-검사시약을 비롯한 진단도구)를 개발하는 업체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000년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진단키트 160여종을 개발해 매출액 1022억6000여만원(2018년 기준) 올리는 탄탄한 회사다. 매출액 중 수출이 82%를 차지하고 국내에 진단키트를 공급하는 4개 업체 중 유일한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이러한 씨젠이 최근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해 국내에 공급하기 시작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씨젠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 1월16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씨젠이 처음 코로나19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였다고 한다. 중국에서 처음 코로나19 감염증이 발생하고 확산되면서 언젠가는 코로나19가 한국에도 번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의 인적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연구진은 1월12일 미국의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이어 1월15일에는 세계보건기구(WHO)도 독일베를린에 있는 샤리테 대학병원이 개발한 이 검사시약 정보를 공개했다. 세계가 이미 코로나19에 관한 위험을 경고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음을 알린 것이다. 거대한 조직을 갖고 있는 우리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진작 알고 추적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끔찍한 코로나19 피해가 있었겠는가.

다음날인 16일 씨젠 경영진은 즉시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진단키트 연구개발에 착수키로 결정했다. 개발에 걸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미국의 NCBI에서 이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또 샤리테 대학병원이 공개한 검사시약 정보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진단키트를 개발한다고 해도 정부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하면 헛수고에 그칠 위험도 있었다. 그럼에도 개발을 시작한 것은 씨젠이 이 분야 전문기업으로서 고유한 업무라고 여긴 연구진과 경영진의 사명감 때문이라고 했다. 다행히 3주 만에 개발을 끝내고 2월12일 긴급 사용 승인을 받기까지는 당국의 협조로 일주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예상 외로 빠르게 진행된 탓이었다. 씨젠은 지금 이 진단키트의 국내 수요 물량 중 35%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모든 회사의 역량을 이 바이러스 진단키트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분야의 연구개발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국 각지에 코로나 검사 지원 인력 68명까지 파견했다. 회사 전체 인력의 21%가 넘는다. 민간 기업의 앞을 내다보는 사업 능력과 속전속결 의사 결정, 지체없는 경영진의 투자 지원, 진단키트 개발에 관한 연구진과 경영진의 열정이 어우러진 빛나는 결과였다. 

윗사람의 눈치나 보고 결제를 기다리며 돈타령만 하는 공직 사회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씨젠은 코로나 진단키트 사업 분야만 따지면 적자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다른 사업 분야까지 주름살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따르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 발생 시 다른 기업들도 과감하게 투자를 하고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다. 제2의 씨젠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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