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최근 한독과 보령제약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연금공단은 지난 3월 말 한독 주식 지분을 6.19%, 보령 주식을 5.09% 확보했다. 특히 연금공단의 보령제약 주식 보유는 지난 2013년 대량 매입 이후 2017년까지 매도ㆍ매입을 반복하다 이번에 다시 5% 이상을 넘어섰고 한독은 이번에 처음 대량확보했다. 따라서 연금공단이 앞으로 제약사들의 주식 확보를 계속 이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연금공단은 보유 기금이 712조원(2019년말 기준)에 달하는 세계 3대 기금 중 하나다. 이러한 연금공단이 보유 기금을 글로벌 유망 제약사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국내제약사의 신인도와 기업 가치를 높이고 신약 및 바이오 연구개발(R&D)을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공단은 지금도 많은 제약사에 대해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연금공단이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제약사는 동아쏘시오홀딩스(13.56%), 동아에스티(13.28%), 유한양행(12.47%), 종근당(11.37%), GC녹십자(9.8%), 한미약품(9.41%), 대웅제약(9.1%) 등이다. 연금공단은 앞으로 제약사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제약업계는 이러한 연금공단의 움직임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연금공단이 순수한 투자목적으로 제약사의 주식을 대량 매입한다고는 하나 경우에 따라 주주권 행사를 내세워 경영권을 간섭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올들어 이미 상법과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쳐 임원과 감사들의 전과 여부를 사전에 주주들에게 공개토록 하고 사외이사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등 조치를 취해 민간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경영권 간섭을 시도하고 있다. 또 주식 5% 이상 투자한 기관투자자는 투자기업에 대해 임직원의 위법 행위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요구도 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가 아무리 선의의 투자 목적으로 민간제약사의 주식을 매입했더라도 기관투자자들이 민간기업의 경영권 개입에 유혹을 갖게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를 뒷받침하듯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위한 ‘민간전문위원회’까지 설치해 운영키로 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정부의 지시를 수직적으로 하달받아 이행하는 기관투자자의 입장을 감안할 때 정부의 민간기업들에 대한 경영권 간섭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약사들에 대한 연금공단의 대량 주식 매집은 제약사들의 경영권을 해치지 않고 단순 투자 목적에서만 행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자유시장 경제 체제의 국가 중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의 경영 활동에 간섭하는 나라가 없다는 사실을 주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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