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하게 뛰어야 할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중 하나인 심방세동 치료에 최근 많이 사용되는 비(非) 비타민-K 경구용 항응고제(NOAC)가 미세혈관 질환인 망막혈관폐쇄의 위험을 낮추지는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주대병원 안과 정유리ㆍ의료정보학과 박범희 교수와 강릉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세준 교수팀이 2015년 1월~ 2018년 4월까지 3년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먹는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심방세동 환자 12만1187명을 대상으로,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와파린(비타민-K 항응고제) 사용자와 비 비타민-K 항응고제 사용자로 나눠 망막혈관폐쇄 및 안구내 출혈의 위험성을 분석했다.

심방세동은 심장박동이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면서 심방이 일정 박자에 맞춰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가늘게 떨리는 부정맥으로, 이때 생긴 혈전이 혈관을 따라 전신으로 이동하면서 어느 혈관이든 막을 수 있는데, 특히 대동맥을 타고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높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와파린은 기존에 혈전에 따른 위험성을 낮춰준다고 알려졌으나 음식이나 다른 약제에 영향을 많이 받고, 약제의 효과가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비 비타민-K 항응고제는 와파린의 이런 단점을 극복하면서 뇌졸중 등과 같은 혈전 질환의 위험성을 낮출 뿐만 아니라, 출혈 가능성도 낮춘다는 연구들이 있어 최근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비 비타민-K 항응고제를 복용한 환자가 기존의 와파린을 복용한 환자보다 망막혈관폐쇄의 위험은 약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망막혈관 중 정맥폐쇄의 위험이 유의하게 약 1.7배 높게 나타났고, 이에 비해 동맥폐쇄의 위험은 약 1.4배 높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반면 안구내 출혈의 위험성은 기존 연구 결과와 비슷하게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망막혈관폐쇄는 안구 내 망막 혈관(동맥 또는 정맥)이 막히는 질환으로, 망막 혈관은 뇌, 심장의 혈관과 달리 그 크기가 매우 작은 혈관으로 혈관폐쇄 발생 시 다른 큰 혈관처럼 시술로 재관류 시키기가 어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주대병원 안과 정유리 교수는 “망막혈관폐쇄는 발생 즉시 심각한 시력 저하를 일으키며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치료가 아주 제한적이기 때문에, 망막혈관폐쇄 치료와 함께 그 합병증인 안구내 출혈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항응고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성에 따라 이번 연구를 계획했다”며 “아직까지 임상에서 망막혈관폐쇄가 발생했을 때 출혈 위험은 낮게 유지하면서 적용할 수 있는 항응고제 사용에 대한 명확한 치료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태다. 망막혈관폐쇄와 안구내 출혈의 위험도를 비교해 결국 환자마다 더 적합한 항응고제 선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릉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세준 교수는 "망막 혈관을 통해 미래의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예측할 수 있음에도 심장내과, 신경과, 안과 영역에서 각각 다뤄왔던 게 사실”이라며 “안구내 출혈 위험성을 줄이고, 복용의 편의성 때문에 비 비타민-K 항응고제가 기존 와파린을 점차 대체하고 있지만, 원인이나 원리가 명확하지 않은 미세 혈관질환에서 비 비타민-K 항응고제가 올바른 약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의 분석을 담당한 아주의대 의료정보학과 박범희 교수ㆍ이은영 연구원은 “대규모 빅데이터를 이용해 심방세동 환자에서 망막혈관폐쇄의 임상 치료와 예방을 위한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게재됐다.

왼쪽부터 정유리ㆍ박범희ㆍ박세준 교수
왼쪽부터 정유리ㆍ박범희ㆍ박세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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