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바이오헬스 분야 육성에 맞춰 국내에서 벤처캐피탈(VC)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투자 패턴이 '투자 후 이익금 챙기기'에서 모기업의 사업 확장과 신시장 개척 등 '전략적 이익 추구'하는 방향으로 물줄기가 바뀌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발표된 보건산업정책연구센터 '바이오헬스 산업 벤처캐피탈 투자 및 해외 병원의 벤처캐피탈 설립 현황'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기업들 CVC 설립ㆍ투자… 사업 확장 노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탈(VC) 투자액이 역대 최초로 4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바이오헬스 분야 투자액이 역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VC 투자액 대비 바이오헬스의 비중이 25.8%로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같은 전통적인 VC투자는 점차 줄어들고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설립ㆍ투자가 뜨고 있다. 전통적인 VC는 투자를 통한 재무적 이익 추구가 목적이라 할 수 있는데, CVC는 이러한 재무적 목적 외에도 모기업의 사업 확장, 외부의 자원(기술, 인력) 탐색 및 확보, 신시장 개척 등 전략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국내 제약ㆍ바이오 기업들도 대세에 동참하고 있지만 법적 제약으로 투자가 막혀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국내에서도 투자 수익 등 재정적 이익뿐 아니라 신약 후보물질 우선 확보 등을 위해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제약ㆍ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CVC가 설립됐다. HLB생명과학(LSK인베스트먼트), 메디톡스(메디톡스 벤처투자), 헬릭스미스(골든헬릭스), 광동제약(케이디인베스트먼트) 등 제약ㆍ바이오기업이 CVC 설립하여 운용 중이다.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반면 상위 10대 제약ㆍ바이오기업 중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유한양행, 광동제약과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 포함되지 않는 GC를 지주회사로 하는 GC녹십자를 제외한 7개 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CVC 설립 제한돼 있다. 국내에선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하는 국내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VC를 설립할 수 없다. VC가 없는 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상 스타트업 투자 시, 지분 40% 이상을 확보해 자회사로 보유하거나 5% 미만의 지분 투자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LG 등 지주회사 체제의 기업은 외국에서 CVC 설립을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 그룹 내 5개 계열사가 4억2500만 달러를 출자해 2018년 설립된 CVC로 2019년 미국 세포치료제 기업인 아르셀렉스(ARCELLX)에 8500만 달러 규모로 공동 투자했다.

지주회사가 아닌 삼성, 카카오, 네이버 등은 CVC를 설립하고 바이오헬스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상위 20대 CVC에 포함된 삼성벤처투자(14위)와 카카오벤처스(8위)가 바이오헬스 분야에 투자하는 대표적 CVC다. 네이버의 CVC인 D2SF와 삼성그룹의 또 다른 CVC인 삼성넥스트도 바이오헬스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 빅 파마들도 CVC에 집중

글로벌 바이오헬스 기업들도 CVC를 설립하는 추세로 특히 다수의 제약기업들이 CVC를 설립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이익 등 재무적 목표뿐 아니라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외부로부터 아웃소싱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 제약협회(PhRMA) 소속 제약사들이 설립한 CVC는 2017년 15개이며 투자도 늘고 있다. 1973년 존슨&존슨이노베이션(JJDC)이 최초로 설립된 이후 15개의 제약기업이 CVC를 설립했는데, 이 중 11개의 CVC가 2000년 이후 설립됐다.

2000년에는 5개 CVC가 약 4억1000만 달러를 투자하였으나 2017년에는 총 32억 달러를 투자, 600% 이상의 투자 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CVC 투자 성장률 90% 대비 높은 수준이다. 

존슨&존슨이노베이션은 존슨&존슨의 자회사로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는 바이오헬스 분야의 대표적 CVC다. JJDC는 재무적 이익뿐 아니라 신약 후보물질 발견, 임상, 규제, 생산 및 상용화를 포함한 모기업의 역량을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전략으로 제공한다. 주로 제약 부문, 의료기기, 소비재 부분의 초기(seed) 단계부터 후기(Series B 이후) 단계까지 투자를 한다. 포트폴리오는 제약(50% 이상)과 의료기기(35%) 부문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2015년 이후 소비재 부분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JJDC의 국내 투자는 많지 않은 편이며 뷰티커머스 플랫폼 기업인 미미박스(395억 원), 화장품 기업인 지피클럽(1000억 원 투자 예정) 등 주로 소비재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노바티스 벤처펀드는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자회사로 1996년 설립됐다. 바이오 기술ㆍ제약, 의료기기 및 진단 등 바이오헬스 기업에 투자하며 초기 투자뿐 아니라 후기 투자도 활발하다. 현재 북미, 유럽, 이스라엘의 26개 기업에 약 8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8개 가량이 임상 1ㆍ2단계에 있다. 총 300건 이상의 투자를 통해 73건을 회수했으며 앞으로 기업당 3000만 달러 투자 지원이 목표다. 

이밖에 로슈, 화이자, 릴리, 다케다 벤처스 등 다수의 다국적제약사 외에 일루미나(Illumina)와 같은 유전체분석 기업도 CVC를 운영하고 있다.

CVC 투자시장에 큰 돈 몰려

CVC의 투자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으며 일반 VC 투자 대비 큰 돈이 투자된다. 2018년 2740건의 거래에 약 53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투자돼 전년 대비 47%의 투자액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전체 글로벌 VC 거래의 23% 차지했으며 CVC의 투자 점유율은 점차 증가 추세다. 2018년 전 세계적으로 약 438개의 CVC가 있으며 자사 R&D의 보완책 및 VC 시장에서 기업 펀드의 수용성이 높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기업의 CVC 설립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CVC 투자 부문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으로 글로벌 상위 3개 CVC가 모두 미국 ICT 기업이다. 유럽에서도 CVC의 거래 건수 및 투자액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전체 VC 투자 중, CVC 참여 비율(금액 기준)은 해마다 늘어 2004년 30%에서 2018년 51%로 증가했고 유럽에서도 CVC 참여 건수는 2008년 약 229건에서 2018년 713건으로 증가, 전체 VC 거래의 21% 이상 차지하고 있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구글벤처스, 세일즈포스닷컴의 세일즈포스벤처스, 인텔의 인텔캐피털이 투자 건수 및 투자액 기준 CVC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CVC, 바이오헬스에 집중 투자

2018년 CVC의 바이오헬스 분야 투자액은 2013년 대비 4.7배 이상 증가한 109억 달러이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어 2013년 5억 달러에서 2018년 32억 달러로 6배 이상 급증했다. 구글벤처스의 경우 전체 투자액(2009〜2018년)의 약 25%를 바이오헬스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벤처스는 의료서비스 전달, 의료 IT, 진단, 의료기기 등 총 76개의 바이오헬스 기업 투자했다. 대표적 투자 기업으로는 Editas Medicine(유전자 편집 기업), 23andMe(유전자 분석 기업), Foundation Medicine(암진단 기업), One Medical(회원제 헬스케어서비스 제공 기업) 등이다. 

부동산 투자 기업인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를 모기업으로 하는 알렉산드리아 벤처 투자는 바이오헬스 산업 투자 전문 VC로 미국 내 바이오제약 분야 VC 거래 건수(2017년~2018년) 1위를 차지하는 등 2018년 가장 활동적인 CVC 7위에 선정됐으며 2019년 9월말 기준 약 7억4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자료=한국보건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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