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질본)의 청(廳) 격상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조직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질병관리청의 조직이 어떠한 모습으로 바뀔지 의료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지난 3일 행정안전부가 질병관리청의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한 후 질본은 물론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남에 따라 취해진 것으로 알려진다.

질본의 청 승격은 올들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계를 중심으로 감염병 대응을 위해 컨트롤타워로서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돼 검토됐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질본을 청으로 격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했었다. 그 내용을 보면 ▲질본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질본에 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 산하에 둘 것 ▲질병관리청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복지부에 차관직을 별도로 신설하는 것으로 돼있다.

질병관리청 승격은 청장이 인사와 예산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얼핏봐서 독립성이 보장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 기능이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옮기는 것은 오히려 전문성과 독립성을 빼앗아가 당초 목표로 했던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등 질병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연구원의 인원 127명과 예산 1420억원(올해 기준)도 복지부가 차지해 질병관리청은 팔다리가 잘린 채 복지부 지시에 따라 오로지 방역활동만 하는 기능만 갖게 될 우려가 있다. 팔다리가 없는데 어떻게 사전에 대응할 연구개발을 하고 방역을 할 수 있겠는가. 특히 국립보건연구원이 복지부 밑으로 들어가면 복지부 출신의 자리 채우기 인사용으로 위상이 전락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밖에도 복지부의 신설된 차관의 관리감독까지 받는다면 질병관리청이 전문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복지부가 이번 질본의 청 승격을 빌미로 차관직 자리를 하나 더 늘리고 산하기관을 끌어들여 복지부의 영향력을 키우며 인사 숨통을 트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질병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기능 구축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질본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감염병 전문기관으로서 국내외에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질본이 ‘힘’이 없는 데다 이곳 저곳 사공이 많은 탓에 간섭을 받아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질병관리청이 국민건강을 위한 총지휘본부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우선 복지부의 간섭이 없도록 하고 질병에 관한한 모든 부처가 질병관리청의 협조 요청을 우선적으로 들어주도록 법제화해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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