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ㆍ셀트리온ㆍSK바이오사이언스ㆍ씨젠 등 국내 바이오ㆍ제약업체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제약 선진국의 중앙 무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27일 한 언론사(조선일보) 분석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일 기준으로 주식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423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시가총액 순위 세계 318위에 올랐다. 올해 초보다 무려 320계단 상승한 것이다. 

이는 제약 99년 전통의 일본 오츠카홀딩스의 233억6000만달러를 훨씬 추월한 것으로 창업 9년 만에 이룩한 쾌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은 불과 7016억원, 직원 수는 2600여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일본 오츠카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15조7000억원에 직원 수도 3만2000명에 달한다. 이러한 삼성의 일본 오츠카홀딩스 시총 추월은 제약업계에선 미국의 전기차 테슬라가 일본 토요타를 잡은 것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에도 세계 각국 제약사로부터 1조7600억원어치의 위탁 생산 물량을 확보했다. 지난해 수주 물량의 거의 5배에 달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최근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을 위탁 생산키로 합의했다. 삼성과 SK의 위탁 생산 능력은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셀트리온은 신약개발에 힘입어 세계 시총 순위가 782위에서 397위로 치솟았다.

창업 5년차인 바이오스타트업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증 치료 후보물질을 최근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1조5000억원 규모로 수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씨젠은 코로나 진단키트를 세계 60여국에 수출하며 이 부문 선두권으로 진입했다.

이러한 국내 바이오ㆍ제약사들의 세계 시장 약진은 기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제약강국들까지 놀라게 하고 있다. 자금력과 추적된 기술이 없다면 세계 시장 도전은 지금까지 엄두도 못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은 달라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과감한 투자에 영향을 받은 국내 바이오ㆍ제약사와 벤처 투자사들이 바이오ㆍ제약부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여기에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으로 신물질 개발 기간이 크게 단축된 것이 계기가 됐다.

국내 벤처캐피털의 바이오ㆍ의료 분야 투자액은 지난 2012년 1052원억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거의 10배나 되는 1조446억원에 이르렀고 올해 1분기에만 2056억원에 달했다. AI 기술의 적극적인 적용으로 신약 물질 확인 기간도 과거 1년에서 한달 반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투자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국내 바이오ㆍ제약 분야는 이제 의약품의 위탁 생산 분야를 필두로 선진국 진입을 노리고 있다. 세계 제약계도 이를 두고 ‘극히 예외적이고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국내적으로는 각종 기업활동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조사한 기업 관련 규제책을 분석한 결과, 2017~2019년 3년 동안 신설 또는 강화된 기업 규제책이 모두 3151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96%는 규제개혁위의 본 심사도 거치지 않고 통과된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세계 시장을 향해 뛰고 있는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처럼 팔다리를 묶어서야 되겠는가. 따라서 정부는 국내 바이오ㆍ제약산업이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 경제를 선도(先導)할 수 있도록 바이오ㆍ제약 부문을 시작으로 기업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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