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형법의 낙태죄 조항을 폐지하는 법개정을 권고했다. 작년 4월 11일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지 1년여 만이다. 이번 권고안을 환영하며, 더 나아가 여성의 안전한 임지중지권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미프진(성분명 mifepristone, 이하 미프진)의 빠른 도입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 마련을 요구한다.

지난 2017년 약물적 임신중지약인 미프진 합법화와 도입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진행됐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에 사용할 수 있는 ‘먹는 낙태약’으로 1988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67개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15년 전인 지난 2005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함으로써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공인했다. 미프진을 통한 약물적 임신중지는 유럽 주요국가에서 70%이상이 선택하는 주된 임신중지 방법이며,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진행한 연구에서 여성들은 미프진의 약 사용에 86%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미프진이 허가되지 않은 이유는 모자보건법이 임신중지를 위한 방법을 수술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태죄가 폐지되더라도 모자보건법의 개정없이는 임신중지를 위한 의약품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애타게 임신중지를 위해 자연유산 유도약을 찾는 흔적들이 가득하다. 지난 1년간 임신중지를 원하는 당사자들은 임신중지 자체가 불법이라는 부담은 내려놓았으나 임신중지 방법을 음성적으로 찾아야만 했다. 임신중지에 접근 가능한 실질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다.

또한 개인이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더라도 약의 품질을 보장받기 힘들고 약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보건의료인의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제도권 속에서 허가받은 의약품은 진단과 처방으로 예상 가능한 위험요소를 최소화해 사용할 수 있기에 의약품의 정식 허가와 유통 및 사용은 건강권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의약품이 허가되기 위해 밟아야 하는 지난한 과정들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이 약을 제도권으로 들여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비한 제도로 인해 불법과 합법 경계선 위에서 여성들의 건강은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결국 정치적인 해결이 동반돼야 한다.

여성의 건강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 진정한 낙태죄 폐지는 여성들에게 접근가능하고 안전한 임신중지 실천 방법이 주어질 때 완성된다.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선택권을 국가가 마련하라. 더 이상 임신중지 의약품이 불법적으로 다뤄지지 않도록 햐야 한다. 이미 임신중지 약물은 존재하고 안전이나 효과성에 관련한 자료들은 충분히 많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신중지 의약품 사용을 가능하게 법을 개정하고 지금 당장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을 준비하라.<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원ㆍ약사>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