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부합한 세계 첫 이종장기 이식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추진된다.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는 서울대학교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단장 박정규, 이하 이종장기사업단)은 무균돼지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연구자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으며, 27일 식약처로부터 접수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은 이종장기사업단의 위탁연구기관으로 참여한 가천대 길병원과 참여기업인 제넨바이오(대표 김성주ㆍ정광원)가 함께 수행한다. 제넨바이오는 지난해 7월 이종장기사업단의 참여기업으로 협약을 맺고 국책연구사업인 이종장기개발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협력 구도를 확보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월 길병원 가천의생명융합연구원과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약 6개월 간 본격적인 연구 인프라 구축을 진행해왔다.

IND가 승인될 경우 이번 임상은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이종이식학회(IXA) 등 국제 기관의 기준을 준수한 세계 최초의 이종 장기이식 연구로 기록된다. 그동안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이종췌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바 있지만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했다. 관련해 이종장기사업단은 비임상시험을 통해 췌도 이식 원숭이 5마리가 6개월 이상 정상혈당을 유지하고 이 중 1마리는 약 1000일(2년 10개월) 간 정상혈당을 유지하는 결과를 내며 국제 임상시험 진입 조건을 충족해냈다.

IND 승인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임상시험은 9월 이후 본격화된다. 임상에서는 제1형 당뇨병 환자 2명을 대상으로 무균돼지의 이종췌도를 이식한 후 경과에 따른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식 후 2년간 추적관찰을 진행하며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이상반응 및 부작용에 대한 세밀한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임상시험책임자로는 한국당뇨협회 회장인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가 선정됐다.

제넨바이오는 이번 임상에서 이종장기 개발의 핵심 공정인 이종췌도세포의 분리 및 제품화 부분을 담당한다. 관련해 최적화된 임상 프로토콜을 수립한 한편, 길병원 내에는 안전하고 신속한 임상이 가능하도록 이종췌도 세포치료제 제조소를 구축했다. 제넨바이오 연구팀 또한 세계적 수준의 췌도 분리 및 영장류 이식 성적을 발표한 인력들로 구성했다.

제넨바이오 김성주 대표는 “현재 제1형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인슐린 요법은 저혈당 쇼크로 인한 위험과 합병증 우려가 있어 췌도이식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나, 기증장기의 만성 부족으로 인해 동종(同種)이식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 당뇨환자 수가 501만명에 이르며,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종(異種)이식이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임상은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이종이식제품 개발국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 만큼, 임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넨바이오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해 이종이식 거부 반응을 최소화한 형질전환돼지와 관련 이종이식 제품 또한 개발 중이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된다면, 경기도 평택 내 2000여평 규모로 조성한 연구개발 시설인 제넨형질전환센터를 통하여 다양한 파생 연구 또한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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