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가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증원을 놓고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정면 충돌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은 28일 오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교협)가 전국의 “전공의 및 전임의(인턴ㆍ레지던트과정을 끝낸 의사)들의 동맹파업 및 사직서 제출, 의대생들의 국가의사고시(국시) 거부 등으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경우 (전국의대교수들은) 집단 행동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교협의 성명은 이날 보건복지부가 업무 복귀 명령에 응하지 않은 인턴ㆍ레지던트 10명을 경찰에 고발한 직후 나왔다. 그러나 이들 10명 중에는 서류상으로만 파업에 참여하고 실제로는 응급실 또는 지방 파견 근무를 한 전공의들도 포함돼 논란이 커졌다. 같은날 대한의사협회(의협)도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 철회 등 의료계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다음달 7일부터 전국의 의사들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파업 중인 전공의들과 전임의들도 정부의 강경 고발 조치에 대해 집단 사표를 내고 “무기한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심각한 코로나 사태 속에 전국적인 의료공백이 우려된다.

대한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국시 실기시험을 거부한 졸업예정자는 이달 27일 현재 접수 인원 3036명 중 93.3%에 달한다. 또 전국 의대생 중 졸업예정자를 제외한 1만5542여명의 90%가 휴학계를 제출했다.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의과대학에서 실기시험 거부와 동맹휴학은 ‘유급’을 의미한다. 이 경우 전국의 의과대학은 신입생을 선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입시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의대 졸업생이 국시에 응시하지 않으면 내년 신규 의사 수급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새로운 의료제도 도입에 강경 조치로만 일관하지 말고 이같이 자리까지 걸고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의사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전국의 의대 교수들까지 나서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전교협 외에도 이미 서울대 연대 고대 성균관대 경희대 한양대 한림대 영남대 등 개별 대학 의과대학 교수들도 정부 정책에 대한 공식 반대 성명을 내고 있는 사실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보건의료기본법(15조)은 ‘복지부장관은 5년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ㆍ시행하고 이 계획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전교협은 현재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 정책 및 의대 정원 문제는 당연히 이러한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러한 계획도 세우지 않는 등 법적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연구보고서만으로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전교협의 주장이다. 새 의료제도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법 절차적 문제 외에도 의대 재학생들은 공공의대의 경우 근무 지역과 근무 진료과를 강제 배정하고 특정 시민단체나 지자체장의 추천으로 의대 신입생을 선발한다면 누가 고생하며 의대 입시 공부를 하겠냐고 따지고 있다. 이는 특정시민단체나 지자체장 자녀들에게 의과대학 특혜 입학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러한 의료계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코로나 정국을 빌미로 얼렁뚱땅 의료계의 반발을 깔아뭉개려 해서는 더 큰 화(禍)가 도질지도 모른다. 지금 시간이 없다. 오는 9월1일로 예정된 의사국시도 당연히 연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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