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ㆍ여당이 지난 주말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 사태가 안정된 뒤 원점에서 재논의한다’고 발표한 뒤 의사사회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의사사회 일각에서 이번 합의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 내부에서는 일부 대의원들이 최대집 회장에 대한 탄핵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소속 인턴ㆍ레지던트 등 전공의들도 파업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7일 오후 열리는 대전협의 설명회에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대생 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의사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의협과 정부ㆍ여당의 의ㆍ정합의안 내용 중 이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핵심 사안은 ‘코로나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에 관한 입법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한다. 논의 중에는 입법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ㆍ정 합의안에 대해 의협과 대전협ㆍ의대협 측은 절차상ㆍ내용상으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합의안을 두고 의협이 대전협이나 의대협 등 의료계 내부의 동의조차 구하지 않았고 반대를 무릅쓰고 장소를 옮겨가며 합의안에 날치기로 서명하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이나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해 가장먼저 대전협과 의대협이 반대해 파업 등 투쟁에 앞장선 점 등을 감안하면 이들의 주장이 틀린 것이 아니다.

또 합의된 내용 면에서도 정부가 ‘논의 중 입법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지만 의협 측과 논의가 결렬될 경우엔 언제든지 정부ㆍ여당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 등 입법을 밀어붙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련 ‘입법 철회’라는 문구가 반드시 의ㆍ정합의안에 들어가야 했다는 것이 대전협과 의대협 측의 주장이다.

이들 입법이 철회되지 않으면 시민단체들이 공공의대 입시생들을 추천해 질 낮은 의사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온갖 노력과 고생 끝에 의대 입시 관문을 뚫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볼 때 시민단체 추천으로 공공의대에 입학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는 공정성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부 대형병원 교수들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 일부 진료과 의사회가 합의안 반대에 동참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합의안이 알려지자 의협 안팎에선 각종 설(說)이 난무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최 회장이 의사사회를 배신했다” “뒷거래를 했다”는 등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최 회장의 고향이 목포라는 점을 내세워 “호남 정권의 실세들에게 의협을 팔아먹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의사사회가 이번 의ㆍ정 합의로 제각기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의료계 발전이나 환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는 어떤 경우라도 환자의 희생이 발생해선 안된다는 말이다. 만일 의사들의 파업으로 환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지금까지 의사들을 지지해오던 민심도 의사들로부터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의사사회가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분열되면 정부의 정책 독주는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의대생과 전임의ㆍ대전협ㆍ의협ㆍ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교협) 등이 결집된 힘으로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길을 찾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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