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노력은 태고 때부터 시작됐다.

최근 노화 관련 의약품 연구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5년 이내에 안티에이징 치료가 실용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선 아스텔라스가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포함한 노화 질환을 대상으로 신약개발 연구를 하는 바이오벤처를 인수했으며 세포 내 단백질을 분해, 재활용하는 '오토파지(Autophagy)' 응용 기술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벤처도 등장했다

◇노화 과정에 개입…올해 10대 혁신 기술에 포함

"인간의 노화 과정에 개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5년 이내에 등장할지도 모른다" 미국 저널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올해 ‘10대 혁신 기술(10 Breakthrough Technologies)' 중 하나가 안티에이징 약물이다. 이 저널은 “현재 개발 중인 안티에이징 약물은 노화 과정을 늦추거나, 반전시켜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런 약제가 5년 내 실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잡지가 선정한 올해 10대 혁신 기술은 ▲해킹 불가능한 인터넷 ▲개인 맞춤형 치료 ▲디지털 화폐 ▲노화 방지 의약품 ▲AI를 활용한 새로운 분자 발견 ▲소형위성 거대 군집시스템 ▲양자컴퓨팅 실용화 ▲작은 인공지능 ▲차등 정보 보호 ▲기후 변화 분석 기술이다. 이 중 의료계와 직접 관련이 있는 분야는 개인 맞춤형 치료(Hyper-personalized medicine)와 노화 방지 의약품(Anti-aging drugs) 기술이다.

이 분야에서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Unity Biotechnology)와 알카헤스트(Alkahest) 등 미국 여러 바이오벤처 및 연구기관이 노화 관련 질환을 대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6월 노인을 대상으로 퇴행성관절염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하반기 시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알카헤스트는 현재 파킨슨ㆍ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며, 특히 젊은 사람 혈액에서 발견되는 성분을 의약품화해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주입하고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고 있다. 그 외 오이신 바이오테크놀로지(Oisin Biotechnologies), 시와 테라퓨틱스(Siwa Therapeutics) 등이 노화 방지 의약품 연구ㆍ사업자로 소개됐다.

일본에선 아스텔라스가 올해 4월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포함한 노화 질환을 대상으로 신약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영국 바이오벤처의 난나(Nanna)를 약 16억엔에 인수했고 다이쇼제약(大正製薬)은 올 5월 미국 바이오에이지 랩스(BioAge Labs)와 저산소유도인자 프롤린수산화효소(HIF-PH) 저해제 'TS-143'을 노인성 질환 개선제로 독점적 개발ㆍ제조ㆍ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에이지 랩스는 독자적인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수명에 영향을 끼치는 분자경로 맵핑을 하고 노화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생명공학회사다.

HIF-PH 억제제는 이미 신장 빈혈치료제로 실용화돼 있지만, 저산소 유도인자-1(HIF-1)의 분자 경로는 건강 수명과 관련이 있고 혈중 HIF-PH 농도의 증가가 전체 사망률의 증가와 신체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S-143은 HIF-PH를 저해함에 따라 조혈, 혈관신생, 근육재생 등 생물학적 프로세스에 관여하는 HIF-1의 표적 유전자를 증가시키고 노화에 수반하는 여러 질환에 치료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세포기능 재생 '오토파지', 면역 대사 신약 가능성 

한편 아스텔라스는 난나 인수를 통해 중점 영역인 미토콘드리아 관련 질환의 연구를 가속시키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에 따른 질환으로 난나가 보유한 새로운 스크리닝 기술을 사용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선택적으로 분해 제거하는 오토파지(미토콘드리아의 경우 미토파지(mitophagy)라고 부른다)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한다.

난나는 미토콘드리아 관련 질환 등을 둘러싼 신약 연구에 주력하는 바이오벤처로 신규 DNA 엔코드화합물 라이브러리(DELs) 기술을 이용한 최첨단 스크리닝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스크리닝 플랫폼에선 기존 DELs 기술론 불가능했던 세포 내 표적에 작용하는 화합물 스크리닝이 가능하다. 환자 유래 세포를 이용함에 따라 특정 질환 바이올로지를 표적으로 한 스크리닝도 실현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스텔라스는 이 기술로 다양한 화합물 라이브러리 작성과 신속한 스크리닝을 할 수 있게 돼 신약 연구를 대폭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난나의 플랫폼은 오토파지와 미토파지 등 미토콘드리아 바이올로지 관련 질환뿐 아니라 노화나 면역 대사 분야의 신약 연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토파지는 많은 질환의 병태와 관련된 생물학 분야 기술이지만,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의 예방 및 치료를 비롯해 건강 장수에의 응용이 기대되는 분야다. 2016년 도쿄공업대(東京工業大)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교수가 그 구조를 해명한 공적으로 노벨 생리학ㆍ의학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끌었다.

오토파지는 세포에서 ▲자가포식소체인 ‘오토파고솜(autophagosome)'을 사용해 세포 내 물질을 무작위로 수집하고 ▲리소좀과 융합시켜 소화 효소에 따른 수집물을 아미노산 등으로 분해하고 ▲아미노산을 이용, 새로운 단백질(또는 에너지) 만들기라는 일련의 현상으로 생체 내에서 세포의 재생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픽 참조

오토파지 매커니즘 [자료 : 외신 캡처]
                                오토파지 매커니즘 [자료 : 외신 캡처]

세포의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구조인 오토파지는 나이가 들수록 그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모든 세포는 영양 공급이 중단될 경우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 등을 분해, 아미노산을 바꾼 뒤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재료와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오래되고 필요없는 단백질도 함께 분해돼 세포가 정상성을 유지한다는 이론이다.

지난해 6월에는 오토파지 구현을 목표로 오사카 벤처 '오토파지고'(PhagyGO APGO)가 설립됐다. 오토파지를 활성화해 노화를 막는 생활 습관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건강 수명 연장 의약품의 개발 등 여러 기업과 공동 연구 및 위탁 연구를 하고 있다.

오토파지고社의 목표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기업과의 공동 연구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산업 활용 기반을 마련, 기업 간 매칭을 촉진하고 사업화로 얻은 자금을 대학에서 기초ㆍ임상 연구에 투자, 연구와 산업화의 양면에서 오토파지 분야 활성화를 노린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건강 수명의 연장은 관심 있는 주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노인 인구가 절정으로 보고 2040년까지의 ‘건강 수명 연장 계획’을 만들고 건강 수명을 3년 이상 연장해 75세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다.

오토파지는 세포의 신진대사 외에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어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 ▲질환 원인이 되는 이상 단백질 ▲염증을 일으키는 손상된 세포 소기관 등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기능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를 응용해 이상 단백질이나 손상된 리소좀, 미토콘드리아 등을 제거하는 능력을 활성화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움직임도 있다. 적응증은 신경 퇴행성 질환이나 신장 질환, 리소좀(lysosome) 질환 등이다. 또 에이즈바이러스(HIV)와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일부 바이러스는 오토파지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작용 기전을 해명할 수 있으면 신약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PGO도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4년 7월까지 2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화학물 제조 업체인 모레스코(MORESCO)와 저분자 화합물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오토파지 연구는 오스미 교수의 메커니즘 해명을 계기로 지난 10년 동안 급속히 진전해 온 분야지만 종주국 일본은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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