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생들의 의사국가고시(의사국시) 추가 시험과 관련해 “국민들의 양해와 수용이 동반되지 않으면 검토하기 어렵다”는 뜻을 고수했다.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의대생들이 거부한 의사시험의 재응시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한 것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지난 주말인 25일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반대 사태는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정책에 반대해 응시를 거부하자 복지부가 시험을 당초 예정(9월1일)에서 시일을 늦춰 응시 기회를 미룬 후 그래도 의대생들이 시험을 거부하자 시험을 강행함으로써 비롯됐다. 당시 응시 대상자는 3172명이었으나 실제 응시자 수는 14%에 불과한 446명에 그쳤다.

복지부는 추가 시험 불가론을 밝히면서 국가시험 응시자가 스스로 포기한 시험을 다시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다른 국가시험 응시자들과 형평성에 맞지 않고 국민들에게는 특혜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이러한 입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거부 사태는 복지부가 의료계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없이 일방 통행식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정책을 밀어붙임으로써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학생들을 지도하는 의대 교수들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교협)까지 나서서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나섰겠는가.

또 의대생들이 재응시를 하지 못할 경우 내년에 심각한 의료인력 부족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예년의 경우 의사국시 합격률이 95%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사국시 응시자 가운데 겨우 400명만이 신규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더 양성하겠다는 방침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시험을 거부한 2726명이 규정에 따라 모두 유급 처리되는 것도 문제다. 만일 이런 사태가 빚어진다면 내년 의대 신입생 선발에도 영향을 줘 의대입시 대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현재의 의대 교수 인력으로 실질적으로 한 학년 증가한 의대생 교육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대학병원의 운영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인턴 부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레지던트 1년차 전공의도 급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는 지역보건소의 인력 부족과 지역 의료서비 수준 하락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 뻔하다. 이러한 모든 사태는 국내 의료 수준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이같이 예상되는 모든 사태를 의료계는 물론 보건당국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국이 공식적인 언론 브리핑 자리에서 “의사국시 추가 시험은 없다”고 단언한 것은 복지부가 누구를 위해 의료 정책을 펴는 곳인지 의심을 갖게 한다. 정부 정책은 아무 때나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의료계와 복지부가 머리를 맞대고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재시험 방안과 시기에 대해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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