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예방백신 접종자들의 사망자 수가 첫 사망자 발생(10월17일) 이후 일주일 만에 48명(23일 현재)에 달해 사회적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는 데도 정부가 독감백신 사업을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주말인 23일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질병청은 회의에서 지난 22일 기준 사망 사례 26건에 대해 1차 원인 조사를 한 결과, 26건 모두 독감백신이 사망과 직접적 연관성이 낮다고 분석하고 백신 접종 사업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인 규명을 위해 질병청이 공개한 사망자들의 부검 결과 분석만 보면 일단 독감백신이 사망 원인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26건 중 확실한 질병에 따른 사망자와 유가족의 요청으로 부검을 하지않은 7건을 제외한 13건 가운데 10건이 심혈관 또는 뇌혈관 질환자이고 기타 원인이 3건이라는 것이 질병청의 분석이다. 또 이들 사망자들이 대부분 70~80대의 고령자라는 점에서도 질병청의 발표를 수긍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독감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초지자체에선 접종을 중단했다. 또 접종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 일부 병ㆍ의원에선 접종자 수가 사망자 소식이 알려지기 전보다 하루 평균 4분의 1 또는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이러한 국민 불안감은 상당한 합리적인 의문에서 시작된다.

첫째는 질병청은 백신 접종 후 사망자들이 대부분 심혈관 또는 뇌혈관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70~80대의 고령자라고 밝히고 있다. 당국의 주장대로라면 이들 사망자들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어도 사망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같은 논리는 매우 불합리하다. 설사 독감백신이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되지 않았더라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저질환자들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환자들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추론도 가능한 것이다.

둘째, 보건당국도 밝혔듯 이번 부검 결과는 최종적인 결과가 아닌 중간 단계의 분석이다. 따라서 백신이 환자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은 아직 명확하게 단언하기 어렵다.

셋째, 보건당국은 지금까지도 독감 환자의 사망자 수가 매년 3000여명에 이르고 지난해의 경우 독감백신 접종 이후 보름 만에 숨진 환자 수가 1500여명에 달하고 있음에 비춰 크게 우려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이같은 발언은 국민들에게 올해 백신 접종 후 사망자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무책임한 말로 들릴 수 있다.

이는 지난해에도 독감 예방접종 후 발생한 사망자의 사인 규명을 소홀하게 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사망의 원인이 독감인지 아니면 백신 부작용인지조차 몰랐다는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감백신 접종을 계속하기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을 독감백신 시험 대상으로 삼는 것과 같다.

올해 독감예방 접종 후 발열ㆍ구토 등 이상반응 신고는 벌써 431건으로 예년에 비해 2~4배나 증가했다. 그것도 접종 후 대부분 사흘 이내로 예년에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당국은 서둘러 사망자들의 사인을 밝혀내고 전문의료인들과 진지한 협의를 통해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접종 시기를 다소 연기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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