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주초 반려동물용 종합백신 4종과 항생제 및 일부 성분(제제)을 수의사 처방 대상 품목으로 지정하고 이를 위한 ‘수의사 처방 대상 동물용 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을 고시했다.

이번 고시는 지난 4월 농림부가 입법예고한 이후 재검토 기간을 넘기며 그 내용 변화에 관심이 집중돼 왔었다. 그동안 동물약국을 겸업하고 있는 일반약국을 중심으로 한 약사회와 일부 동물단체 및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반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이 수의사들과 동물병원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의사들의 처방 대상 품목을 확대한 것은 얼핏 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부 동물단체와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이익과 편의보다 동물들의 건강권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반려동물들도 전문 수의사들에게서 진료를 받고 의약품 처방을 받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정부가 나서서 동물의 구충제까지 확대해 처방권을 수의사들에게 독점적으로 주는 것은 지나치게 수의사들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것이 동물약국협회의 주장이다. 전문적인 치료가 아닌 예방 차원의 동물의약품까지 수의사들에게 독점적 처방권을 주는 것은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다. 또 예방적 동물약품까지 수의사들의 처방을 거치면 반려동물 사육비는 더 비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반려동물 보호자들 사이에선 동물 한 마리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어린 자녀 한명 양육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말을 흔하게 듣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반려동물의 전문적인 치료 영역이 아닌 질병 예방 차원의 동물의약품이라면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쉽고 값싸게 구입해 반려동물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동물건강권을 지켜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농림부가 지난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591만가구에 달하고 있다. 전년인 2018년(511만 가구)보다 15.7%(80만 가구)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83.9%가 개(중복 응답)이고 고양이가 32.8%(중복 응답)다. 절대 다수의 반려동물 가구가 개와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 가구의 동물 사육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소요 비용을 줄여줘야 유기동물의 입양도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 동물 건강권도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농림부가 관련 법안과 규정에 대해 더 폭넓은 의견 수렴의 기회를 다시 한번 마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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