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후임으로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이 지난주말 후임 장관으로 내정됐다. 권 내정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임명된 고 최선정 장관에 이어 20년 만의 내부 승진으로 결정적 흠이 없는 한 무난하게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권 내정자의 앞에는 현재 숱한 과제가 놓여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코로나 방역을 끝낼 수 있는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의 확보와 국내 개발을 서두르는 것이다. 이와함께 현 박 장관이 미결 상태로 남겨놓은 의사국가시험 재개를 통해 미응시자들에 대해 다시 응시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또 의협이 반대하고 있는 원격의료의 허용과 한의사들의 첩약에 대한 급여화, 전북 남원시의 공공의대 설립 포함 과제가 휴화산으로 남아있는 등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가운데 복지부장관으로 내정된 권 후보자는 복지부 내외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우선 그가 박 장관과는 달리 누구보다 복지부 업무에 대해 속속들이 잘 파악하고 있는 복지부 ‘내부 사람’이어서 그렇다.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에서 석ㆍ박사 과정을 마친 후 군복무를 끝낸 뒤 행시 31회(1987)에 합격해 줄곧 복지부에서 일해온 ‘복지부맨’이다.

그는 특히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보건의료정책실장으로 메르스 총괄반장을 한 데다 당시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을 맡았던 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호흡을 함께 하기도 했다. 그는 그 후 복지부 기획관리실장과 차관을 역임했다. 이러한 그의 보건복지 현장 경력이 의료계와 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미국의 저명 대학에서 석ㆍ박사 과정을 마치고 국내 보건사회연구원의 책임연구원과 대학에서 교수로만 재직하다 갑자기 장관이 된 행정 경험이 거의 없는 박 장관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권 내정자는 무엇보다 지금까지 땅에 떨어진 복지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고 무능부처라는 복지부에 대한 국민들의 이미지를 씻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복지부의 태도는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만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중국 입국 시 자비를 들여 두 번씩이나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데도 한국에 입국하는 중국인에게는 우리 국민 세금을 들여 무료 검사를 해주는 것도 굴욕적인 행정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의협이나 면역학회 측에서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건의를 했는 데도 “그런 적이 없다”며 거짓말을 해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 것이 복지부였다. 코로나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통일부장관이 섣불리 “백신을 북한과 나눠쓰자”고 제안해도 복지부는 한 마디 말이 없었다. 이래서야 복지부를 어찌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중앙 행정 부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모든 요인들은 아무리 장관이 유능하다고 해도 부처 스스로 행정의 무능함을 드러내 보일뿐이다. 권 내정자는 만일 장관에 임명된다면 이러한 부처의 무능 이미지부터 씻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복지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또 복지부 공무원들도 그래야 장관을 믿고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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