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의약품 비율이 80%로 시장 확대의 한계점에 봉착한 일본 제약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내 제약계에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제네릭 점유율 80% 목표 달성 시기를 2020년 9월로 정하고 제네릭의 시장 침투와 장기 등재 품목의 약가 인하, 잔여 약물이나 중복 투여 시정 등으로 의료비의 효율화를 추진했다. 일본 제네릭 제약 협회에 따르면 일본에서 제네릭 점유율은 2014년 54.8%에서 작년 76.9%로 높아졌고, 올 4~6월엔 79.3%로 거의 목표에 도달했다.<그래픽 참조> 제네릭 천국인 미국은 전체 의약품 중 제네릭 사용 비중이 약 90%로 나타났다.

                               일본 제네릭 의약품 시장 점유율

최근엔 소비세 증세에 따른 약가 개정과 2년에 한 번 정기 약가 개정이 겹쳐 실질적으로 약값이 두 번 하락하는 충격으로 제약사 수입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향후 약값이 해마다 개정될 가능성도 있어 수익성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사와이제약(沢井製薬)의 사와이 켄조(沢井健造) 사장은 "약가 개정 제도가 어떤 룰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도 사활 문제"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신약ㆍ바이오시밀러 개발로 활로 모색

샤와이제약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환자 수가 적은 희귀의약품 개발을 시작했다. 물론 쉽게 성공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국가의 우선 심사 및 보조금 등의 인센티브가 있다. 도카이대학의 신약개발벤처인 뉴젠 파마와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치료제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니치이코(日医工)는 암과 류마티스관절염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유효 성분 제조가 어렵고 약가도 높지만 의료비 절감 때문에 수요도 많다.

건강식품이나 보충제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제약사도 있다. 토와약품(東和薬品)은 ‘건강 수명 연장’을 구호로 내걸고 치매 예방 식품이나 보조제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국립 순환기병 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식물 유래 성분의 효과 등을 탐색하고 있다.

IT와의 융합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제약사도 많다. 정신질환 치료제 등 제네릭에 강한 쿄와약품(共和薬品)은 인공지능(AI)에 따른 데이터 분석을 다루는 프론테오(FRONTEO)와 협력, 의사와 환자가 5~10분 대화를 통해 인지 기능 장애 판정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츠노다 노리야키(角田礼昭) 사장은 추후 방향에 대해 “의약품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가지 솔루션으로 중추 신경계(CNS) 영역에 도전한다"고 전했다.

샤와이도 의료용 애플리케이션 등을 다루는 벤처기업인 사스메도(Sasumedo)와 제휴했다.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 환자가 약을 관리하는 기술 개발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신약 연구 개발비를 절감하는 방법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제약사들의 글로벌 진출은 아직도 고전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제네릭 시장은 일본의 10배에 해당하는 10조엔(약 105조원)으로 규모가 크고 약값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 어느 정도 점유율만 차지하면 큰 수익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 업체가 많아 일본 기업은 존재감이 없다.

니치이코는 2016년 미국 세전트(SAGENT)를 인수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올 4~9월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는 의약품의 호조로 매출은 늘었지만, 생산 체제 변경 등 선행 투자가 계속되고 있어 영업 이익은 적자가 계속될 전망이다.

샤와이도 2017년 미국의 업셔 스미스 래보라토리즈(Upsher-Smith Laboratories)를 인수, 내년 3분기 미국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6% 증가한 406억엔을 전망한다. 그러나 이 회사도 경쟁으로 인한 약값 하락 등으로 영업이익은 35%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 제네릭 업체는 그동안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순풍을 타고 전진했지만, 이제 제네릭 점유율 80%의 한계에 부딪혀 진짜 실력이 있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