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한 국가가 모두 30여개국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지금까지 ‘코로나 방역 모범국’이라며 자화자찬해오던 한국은 이제야 뒤늦게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는 데다 이마저 계약 성사가 불투명해 경제 타격은 물론 국민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뉴욕타임즈(NYT), 블룸버그통신 등 해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영국 캐나다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미 코로나 예방접종을 시작했고 EU(유럽연합)도 27~29일 중 동시다발적으로 코로나 예방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등 일부 아시아ㆍ중남미 국가들도 연내에 코로나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다고 했다. 일본도 이미 전 인구 1억2700만명이 2회 이상 접종할 수 있는 2억8000만회분의 백신을 확보해 새해부터 접종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이 코로나 백신 확보 전쟁을 정식으로 선포한 것은 지난 5월 중순이다. 미국 보건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은 백신 확보가 최선의 희망”이라고 보고한 직후였다.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즉시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팀을 구성하고 민간 감염병전문가인 몬세프 슬라위를 총책임자로 영입했다. OWS팀이 그 후 8월까지 3개월동안 확보한 코로나 백신 물량은 전 인구 수에 버금하는 3억회분에 달했다.

이스라엘은 국가 정보기관인 모사드까지 동원돼 세계 각국의 모든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등 첩보전까지 벌였다. 코로나 백신 확보 경쟁은 이처럼 전쟁을 방불케 했다. 이같이 해서 확보한 코로나 백신의 물량은 캐나다가 전체 인구의 11배, 미국과 영국이 각각 전 인구의 각 4배 이상, 유럽연합(EU) 일본 이스라엘도 각각 전 인구의 2배 이상 확보했다. 이미 백신을 확보한 30여개국은 차례로 연말안에 접종을 시작함으로써 희망찬 새해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글로벌 제약사와 다국가 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44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 지난 8일이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9월15일 30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엔 정부가 전체 유권자 수(4399만명)에 맞춰 백신 확보 목표량을 설정한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자 이낙연 더민주당 대표는 13일 대표 취임 100일을 맞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30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다른 말을 했다.

러나 복지부가 확인한 코로나 백신 확보량은 현재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한 1000만명분이 전부다. 이마저 미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심사가 내년으로 미뤄짐에 따라 도입 시기가 불투명하다. 화이자ㆍ얀센과는 연말 안에, 모더나와는 내년 1월 계약 체결을 목표로 협상 중이라고 하나 내년 3월 접종 계획은 이미 물건너갔다.

정부와 보건당국이 그동안 어디에 정신이 팔려 세계적 참사인 코로나 사태에 이처럼 늑장을 부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끼리 백신 확보 계획량도 서로 다르다. 그러니 '정치방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백신이라는 전략 물자 확보 전쟁을 끝내고 코로나 퇴치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한국만이 방어 수단을 준비하겠다고 당국자간 발언이 뒤엉키며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

정부는 어떤 형식이 됐든 코로나 백신 확보 전쟁 패배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박 장관 교체만으론 부족하다. 코로나 백신 확보 전쟁의 패배로 국민생명과 국가경제의 앞날이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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