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코로나 백신부족 사태가 국내에서도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 백신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지난 1일 들여오기로 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34만5000명 분이 갑자기 21만명분으로 37.4%나 줄어 들었다.

이에 앞서 미국 존슨앤존슨(J&J)도 지난달 말 한국에 50만명 분 이상 공급키로 했던 얀센백신 공급물량을 50만명 분 미만으로 축소하겠다고 통보해왔다. 추가분은 추후에 결정해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같이 코로나 백신부족 사태가 국내에서 현실화하자 올해 11월까지 집단면역 형성을 통해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려는 정부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일고 있다.

이같은 세계적인 코로나 백신 공급난은 올들어 ‘백신 국가주의’가 팽배졌기 때문이다. 세계 백신 공급물량의 60%를 담당하고 있는 인도가 자국내 백신 우선 공급을 명분으로 수출물량을 크게 졸인 것이 원인이 됐다. 인도는 지난달 20일 하루동안 자국내 코로나 확진자수가 4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최근에는 하루평균 5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난 1일부터 접종자대상을 45세 이상으로 크게 확대함으로써 한국등에 AZ백신을 보낼수 없다고 통보했다.

미국의 제약사 노바백스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 수요가 급증하자 원재료 부족에다 미국내 수요를 우선 충당하느라 한국ㆍ유럽연합(EU) 등에 대한 수출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전해왔다는 것이다. 한국은 올해 하반기중 접종목표인구 7900만명 가운데 2000만명 분을 노바백스 백신으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노바백신의 수출물량 규제로 이러한 국내 접종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가 지난 2일 갑자기 ‘백신접종 확대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2분기 중에 들어올 AZ백신으로 신규 1차접종자 수를 늘리고 이미 1차접종자에 대한 2차 접종은 그 후로 미루겠다는 계산이다. 1ㆍ2차 접종간격을 8주에서 10주로 늘린 것을 다시 12주로 늘리고 1차 만이라도 늘리고 보자는 것이다. 대상도 장애인, 노인요양원, 노숙인 이용시설, 65~74세 어르신,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등으로 크게 확대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국내에 보유중인 코로나 백신은 현재 269만회 분(134만5000명 분)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국내의 우수한 의료진과 시설로 볼 때 접종능력은 하루최고 115만명까지 가능하다고 밝혔었다. 말하자면 현재 국내에 보유중인 백신은 2~3일동안 접종하면 바닥이 나는 양이다.

지난 1일 현재 국내의 백신접종자수는 88만여명에 그치고 있다. 34일동안 2만6000명이다. 2009년 신종플루 발생 때 하루평균 8만2000명에 접종한 것과 비교해서도 훨씬 못미친다. 그런데도 정부가 접종대상자를 자꾸 늘리고 하루평균 2만명 정도씩 질질 끌면서 접종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정부가 계속 접종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라는 해석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의료계 주변에서는 모두가 지난해 세계 각국이 백신확보 전쟁에 뛰어들었을 때 한국만이 K-방역만을 믿고 느긋하게 게으름을 피우다 빚어진 사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코로나 백신부족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 다음 국민들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을 걱정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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