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미국암학회(AACR)가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한미약품, 유한양행, JW중외제약, 메드팩토, 셀리드, 에스티큐브, 큐리언트, 파멥신, 웰마커바이오 등이 참가하고 있다. 올해 학회에서 눈여겨 봐야 할 몇가지 약물을 소개한다.

첫 번째가 광범위한 암 치료 방식을 변화시킨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다. 이는 암세포 표면의 표지 단백질과 T세포 표면의 수용체 단백질 결합을 저해, T세포가 암세포를 재차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지난 2011년 처음 출시된 BMS의 CTLA4 항체 ‘여보이’(Yervoy)는 시장의 주목을 크게 받았다. BMS는 2014년 PD-1 항체 ‘옵디보’(Opdivo)를 머크는 ‘키트루다(Keytruda)’를 내놨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의 환자가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요법은 면역요법과 전통적 화학요법을 결합하는 것이었으나 문제가 많았다.

최근 새로운 접근 방식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 중 하나는 ‘TIGIT’라는 단백질을 차단하는 약물 종류다. 이는 면역관문억제제와 마찬가지로 방법으로 작동한다.

이번 AACR에서 아이테오스 테라퓨틱스(iTeos Therapeutics)는 '키트루다' 등의 다른 암 약물과 병용 가능한 고형 종양환자용 아데노신 A2A 수용체 길항제 ‘EOS-850’를 선보였다. 테스트 초기 단계에 있으나 키트루다에 반응하지 않는 흑색종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발진과 전신 염증반응이었다.

두 번째가 세포치료법이다. 지난 10년 동안 이 치료법은 백혈병 및 림프종과 같은 일부 유형의 진행성 혈액암 환자에게 가능한 치료 옵션이 됐다. 그러나 소위 ‘CAR-T’ 치료법의 범위는 제한돼 있어 연구진들은 1 세대 치료법을 개선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선도적인 접근방식은 CAR-T 치료에 사용되는 T세포 대신에 외부 침입자에 대한 인체의 첫 번째 방어선인 자연살해세포를 유전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선두주자가 신생 생명공학사인 페이트 테라퓨틱스(Fate Therapeutics), 엔카르타 테라퓨틱스(Nkarta Therapeutics) 등으로 여러 대형제약사들의 구애를 받고 있다.

이번 AACR에서는 MD앤더슨 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에서 개발한 NK 세포기반 치료가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고무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제대혈 세포를 사용한 이 치료법은 CAR-T 등에서 나타나는 중증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4명의 림프종 환자는 완화된 2명의 환자를 포함, 모두 치료에 반응했다.

세 번째가 인터루킨2(IL-2)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면역반응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지만 독성 우려가 있는 염증성 단백질 IL-2의 암과 싸우는 잠재력에 주목해 왔다. 전이성 흑색종 및 신장암 치료제로 사용 가능한 ‘프로루킨’(Proleukin)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혈관에서 체액이 누출돼 부종 및 기타 문제를 일으키는 ‘혈관누출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조작되거나 조절된 IL-2 약물의 새로운 물결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넥타 테라퓨틱스(Nektar Therapeutics)와 앨커미스(Alkermes)의 약물은 후기 단계 테스트 중이거나 접근 중이다. 지난 2019년부터 머크와 사노피는 각각 팬디온 테라퓨틱스(Pandion Therapeutics) 및 신톡스(Synthorx) 등의 생명공학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IL-2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중 신톡스는 최초의 임상데이터를 이번 AACR에 공개했다. 그러나 결과는 약간의 의문을 남긴다. 진행된 전이성 고형종양 환자 45명 중 3명이 치료에 부분적으로 반응했다. 아무도 완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2명도 키트루다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효과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관 누출 증후군의 사례는 없었다.

이밖에 KRAS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암을 겨냥한 약물 개발 경쟁도 분여겨 볼만하다. 지난해 일라이 릴리는 암젠의 뒤를 이어 이 분야에 뛰어 들었다. 릴리는 이번 AACR에서 KRAS G12C 억제제 물질 ‘LY3537982’ 데이터를 공개했다. 릴리는 LY3499446의 갑작스러운 독성 이슈로 지난해 7월, 1상 시험을 중단한 바 있으나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 좋은 성과를 내놨다.

안정성 문제로 암초에 부딪쳤던 혈액암 실험용 치료제 ‘PI3K 억제제’도 눈길을 끌었다. 바이엘이 최초의 PI3K 억제제 ‘알리코파’(Aliqopa)를 선보인 것이다. 이 회사는 '리툭시맙'과 알리코파 병용치료법이 최소 1회 치료 후 재발한 저등급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의 사망 위험을 48% 낮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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