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 최일선에서 일하는 역학조사관들이 인력부족에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하루 평균 11시간 이상씩 일하며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 28일 열린 한국역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제기됐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가한 전북감염병관리단장인 이주형 전북대 의대교수는 전국시도 소속 역학조사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근무시간이 평균 11.2시간에 달하는 등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인력부족과 업무량과다가 72.4%를 차지했다.

사실 전국의 역학조사관들이 과로에 지쳐있다는 소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3년 동남아를 강타한 중증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국내에서 186명의 확진자에 38명이 사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 때도 이 문제는 제기됐으나 그 뿐이었다.

현재 전국의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예방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정해져 있다. 보건복지부소속으로 30명 이상, 시도소속으로 각각 2명 이상, 시군구별로 필요한 역학조사관이 있고 코로나 사태 이후엔 시ㆍ도ㆍ군ㆍ구에 따라 100여명의 역학조사관이 배치된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역학조사관들의 신분상태가 불안정한 것이 역학조사관의 부족현상을 초래한 가장 큰원인이란 것이 관련당국자들의 지적이다. 중앙기관은 물론 각 지자체들이 이들 역학조사관들을 대부분 임기제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또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는 역학조사관을 정규직으로 할 경우 코로나 펜데믹(대유행)이 끝난 후엔 이들에 대한 연봉부담이 무거워 채용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 및 지자체와 역학조사관 희망자 당사자간의 이러한 간극을 해소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때다. 이를 그대로 두고서는 역학조사관 부족현상을 해결할수 없을 것이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원인과 특성을 발견해 내고 감염병유행을 차단하는 방법을 찾는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공무원이다. 말하자면 감염병 수사관이라고 할수 있다. 감염병 감염자와 증상수준을 구분하고 접촉자 추적과 격리상태 점검, 선제적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도 이들이 할 일이다. 그런데 이들 신분이 불안정하다면 지원자 부족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가급 역학조사관 4명 신규채용 때는 의사경력 6년의 기준을 4년으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1명만 지원했다고 한다. 이제는 더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즉시 역학조사관 확보를 위한 새로운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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