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참 홍보인이 된 후배에게
[칼럼] 신참 홍보인이 된 후배에게
  • 이정백
  • 승인 2021.06.08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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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 이번에 새로 홍보일을 맡게 됐다지? 경영학과를 나온 자네가 홍보맨이 될 줄은 몰랐네. 이왕 맡았으니 잘해야지. 선배 홍보인으로서 도움이 될까 해서 몇 자 적어 보내네.

성공이란 돈을 많이 벌었다든지 사회적인 지위가 높아졌다든지 하는 것이 기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자기 영역에서 타인으로부터 얼마나 인정받고 있느냐 하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비록 회사에서 직급이 낮다 할지라도 그가 속한 회사에서, 동종 업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면 그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내 경우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인 대웅제약 홍보실에 입사한 후 현재까지 39년간 제약홍보 한우물을 파고 있다. 대웅제약에서 10년, 한미약품에서 7년, 광동제약에서 13년을 근무한 후 제약 전문 홍보대행사를 설립해서 9년째 일하고 있다. 대웅제약 영업부에서 있었던 약 5개월간의 영업 연수 외에는 지금까지 쭉 제약 홍보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제약 홍보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을 때는 내가 한 홍보가 회사를 살리고 회사 주가에 영향을 미쳐 주가가 폭등할 때였다. 1997년 IMF 당시 광동제약은 자금담당 임원의 결정적인 실수로 1차 부도 위기를 맞게 됐다. 일정 기간 내에 어음을 막지 못하면 최종 부도처리되는 절대절명의 순간 때마침 개발 중인 에이즈치료제를 이슈화해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결과 당시 액면가 5000원 주가가 7만9000원까지 치솟아 올랐으며 광동제약은 이 때 증자를 전격 실시함으로써 외부자금을 대량 수혈할 수 있었다.

동시에 KBS-2TV ‘쟈니윤 쇼’와 MBC-TV ‘성공시대’ 프로그램에 소년 가장으로서 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제약회사 최고경영자에 오른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을 출연시켜 IMF 1차 부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광동제약은 반드시 재기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채권자들에게 심어 줌으로써 가까스로 부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회사가 재기할 수 있었던 데는 전사가 노력했기 때문이지만, 나로서도 일정 부분은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한미약품은 2003년 피 한방울로 모든 종류의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암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개발이었다. 홍보를 맡은 나는 연구 책임자를 만나 상세한 설명을 듣고 보도자료를 작성한 후 언론 배표 전 각 언론사 제약담당 기자들을 만나러 다녔다. 드디어 D-day, 판교 연구소에는 KBS, MBC, SBS, YTN, MBN 등 방송기자들과 조선일보, 동아일보를 비롯한 일간지, 경제지, 전문지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날 홍보로 회사 주가는 1주일간 매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대성공이었다. 회사에서도 미처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결국 두 제품 모두 제품화되지 못하고 중간에 드롭(drop)된 것은 지금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홍보 업무를 하다 보면 가장 힘든 부분은 역시 회사에 불리한 기사를 사전에 차단하는 일이다. 지금도 가끔씩 언론사에 자사의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는데 빼 줄 수 없겠냐는 문의가 들어온다.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초창기인 80년대 초만 하더라도 회사의 불리한 기사는 담당 기자와의 협의로 삭제 또는 어느 정도 '톤 다운'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SNS의 발달로 언론은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소비자의 의식 수준도 갈수록 높아져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는 해당사에 알리지도 않고 곧바로 언론에 알리기 때문에 이 부분이 상당히 힘이 든다. 이제는 문제가 발생되기 전에 철저히 회사의 제도나 제품 품질관리 등을 세밀하게 챙겨서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 밖에 없다.

홍보할 때 자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첫째도 진실, 둘째도 진실, 셋째도 진실이다. 오직 진실만이 통한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기자에게 숨기지 말고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하고 함께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기자도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홍보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사람 사이에 맺힌 것이 없어야 한다. 바느질을 하려고 하는데 실에 매듭이 있으면 바느질이 안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다시는 안 볼 줄 알고 대판 싸우고 헤어졌는데 우연히 다른 일로 만나게 되고 그 사람이 아니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사람 사이에 맻힌 것이 없어야 하고 맻힌 것은 즉시 풀어야 한다.

또한 한가지 더 조언하자면 홍보맨은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마케팅이나 영업 등 현장의 경험을 쌓아라는 것이다. 대학원을 진학할 기회가 있으면 홍보가 아니라 마케팅이나 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업계를 이해하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홍보인으로 갖추어야 할 자세는 ‘겸손’이다. 건방진 홍보맨을 어느 기자가 좋아하겠는가? 자기 자신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타인(CEO나 회사(제품))을 빛나게 하는 사람이 홍보맨이다. 모 제약사에 근무할 때 한번은 부하직원이 자기는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에서 알아주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그 직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사진에 사진사가 나오는 걸 봤나?' 사진사는 피사체가 사진에 잘나오도록 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사진사가 사진에 찍히려고 하면 안된다. 홍보맨도 꼭 이와 같은 것이다.”

홍보를 잘하는 기업일수록 겉으로 보기에 조용하다. 요란하고 시끄러운 기업은 홍보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다. 몸의 아픈 곳이 없으면 신체의 각 부분이 어디 붙어있는 것 조차도 모른다. 그러나 어디 한 곳이 아플 때 비로소 그 지체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고고하게 헤엄치는 백조의 수면 아래에는 열심히 땀나게 물길질하는 물갈퀴가 있다. 홍보맨은 물갈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나 겉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

홍보맨은 뉴미디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내가 직장생활을 처음 할 때만 해도 매체는 단순했다. TV, 라디오, 신문, 잡지, 옥외매체 정도였다. 이제는 인터넷, 모바일, IPTV, 페이스복, 인스타그램,, 유투브 등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났다. 홍보맨은 뉴미디어에 대한 지식을 지속적으로 습득,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특히 인터넷으로 통해 유포되는 정보들은 끊임없이 확산 내지는 양산되는 특징이 있다.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특히 온라인 매체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인다면 회사측에서도 내부단속에 좀더 신경을 쓸 것을 당부하고 싶다. 회사의 1차 고객은 그 회사 직원들이다. 언론에 문제가 된 많은 기업들의 문제의 발단은 내부 고발자나 전직 직원들의 고발이 원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에게는 회사에 반감을 가지지 않도록 퇴직사원들에 대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

이제 막 홍보 새내기로 출발한 후배 k군의 건투를 빈다. <올리브애드 대표>

이정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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