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 지주회사인 송암사는 지난 4월27일 신풍제약 주식 200만주를 블록딜로 매도했다고 공시로 밝혔다. 거래액은 업계 역대 최대 금액인 1680억원에 달한다.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이 회사의 28일 주가는 전날 9만4400원에서 8만500원으로 급락하며  14.72% 떨어져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신풍제약은 당초 매매대금을 시설투자용도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단기차입금 상환에 300억원을 먼저 썼다. 아직 시설투자 등에 사용된 흔적은 없다.

블록딜은 장중의 주식 대량매도로 주가가 급락해 이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주식을 많이 가진 회사 오너와 특수관계자 등 대주주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매수 기관 등을 미리 정한 뒤 주식시장 거래 전후에 주식을 전날 종가에 비해 할인(통상 5%~8%)해 넘긴다. 

올 해 제약업계에서 이뤄진 블록딜은 모두 4건이다. 제약주가가 오르면서 대주주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분위기이다. 제약회사 대주주인 비제약 1곳을 더하면 총 5건이 성사됐다. 한 달에 1건씩 이뤄진 셈이다.<표 참조>

             2020년 6월 현재 제약회사 블록딜 현황[자료=금융감독원 공시, 메디소비자뉴스 재정리]

5건을 통해 거래된 주식 매매대금은 총 1조3337억원이다. 비제약인 SK가 계열사 SK바이오팜 주식 860만주를 지난 2월24일 블록딜을 통해 처분해 얻은 1조1163억원이 포함된 수치다. 이를 제외할 경우 순수 제약회사의 블록딜 규모는 2174억원이다.

부광약품은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김상훈 사장과 특수관계인 등 4명이 193만8000주를 팔아 361억원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상속세납부와 부채상환이 목적이다.

올해 제약업계 처음으로 블록딜을 성사시킨 이연제약은 2월22일 공시로 유용환, 정순옥, 유정민, 정순희 등 특수관계자 4명이 총 40만주를 팔아 72억원을 현금화했다고 밝혔다. 목적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주식담보대출 상환이다.

유유제약은 지난달 31일 윤명숙, 유경수, 고희주, 유숭선 등 특별관계자 4명이 68만3760주를 매도해 61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주식 유통을 확대해 거래를 활성화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블록딜은 많은 주식을 단시간 안에 매도할 수 있다는 부분과 시간 외 거래라는 점에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주식을 사는 기관 등 투자자 입장에서는 할인된 금액으로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반면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블록딜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거래 이후 주식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투자자들에겐 리스크로 작용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블록딜을 한 회사를 보면 대표와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대주주 지분율이 경영권 방어에 우려가 될만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 “제약업종에 대한 관심이 주식시장에 반영돼 있고 차익실현에 대한 관심이 블록딜을 원활하게 하는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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