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4기 환자 A씨는 한달에 600만원의 치료비가 든다. 보험적용이 안돼 1년 8개월이 지나면서 그동안 약값으로만 1억원 넘게 지출했다. 혈액암협회에서 19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집안이 거덜날 지경이다. 

혈액암협회에 따르면 현재 140명이 1차 치료제로 글로벌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Tagrisso 오시머티닙ㆍ사진)를 복용하고 있다. 협회에는 대부분 막대한 치료비에 막막한 하루를 지내고 있다는 환자와 가족들의 한탄이 넘쳐난다. 

폐암 환우 카페에는 하루가 멀다고 서너씩 환자의 사망 소식이 올라온다. 대부분 타그리소로 1차 치료도 받지못한 환자들이다. 환자 가족들은 "치료비 때문에 아직 특허도 안풀린 타그리소 치료제의 복제약을 앞다퉈 구입하고 있다"면서 "문제해결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성토했다.

타그리소 1차 급여, 세차례 '암질심' 문턱 못넘어

전 세계적으로 EGFR 변이를 보이는 진행성ㆍ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가 대세로 자리잡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타그리소의 1차 급여 확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환우회, 의료진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타그리소 1차 급여 확대안이 또 다시 부결되면서 환자와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아스트라제네카에 급여결정와 약가 인하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타그리소는 국내에서 재발한 2차 비소세포폐암에만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암질심은 지난 4월 1차요법 급여 확대안 부결 1년 만에 타그리소의 1차 급여 확대 적용에 대해 다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2019년 이후 세 번째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아시아인에서는 표준치료 대비 전체생존기간(OS) 연장 등 유의한 개선 효과가 확인되지 않아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암질심의 판단 때문이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작년 아시안 임상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중국인 대상 'FLAURA China' 연구를 암질심에 추가 제출했지만 유효성과 임상적 의미를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기존의 결정을 뒤집을 만한 임상적 우월성이 입증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환우 보호자는 "타그리소 급여가 2차에서는 급여가 가능한데, 치료가 잘돼 1차에서 2차로 넘어가는 경우는 30%도 되지 않는다"며 "뇌로 이미 전이된 사람의 경우 뇌병변이 심하기에 2차를 치료할 때는 이미 늦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타그리소는 중국인 대상의 아시안 임상 사례를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국내 폐암 환자들의 사례만으로도 뇌전이 재발 방지까지 포함하여 최고의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는 약"이라며 "민원인의 환자도 당초 3개월 생존이라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타그리소 복용 후 현재 1년 9개월 생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심이 불가할 경우 가능한 방법과 절차 ▲급여화 보류(또는 부결) 시 정확한 사유 ▲현재 치료 중인 국내 환자들의 실제 치료효과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적극 조사하고 알려달라"고 타그리소 급여화의 재심을 거듭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최근 환자단체에서 민원을 접수받은 상태로, 현재 내부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의료계 "조속한 1차 요법 급여화" 촉구… 아스트라제네카 "약가 논의 성실히 임할 것"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타그리소 1차 급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립암센터 한지연 최고연구원은 지난 3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타그리소의 임상적 데이터와 가치를 소개하며 "기존 EGFR 표적치료제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을 의미 있게 개선했을 뿐 아니라 중추신경계 전이 동반 유무와 관계없이 우월한 무진행 생존 기간을 나타내는 등 EGFR변이 비소세포폐암 최적의 치료 옵션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면서 "사망률이 높고 예후가 불량한 폐암에서 타그리소를 먼저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 5월 열린 대한종양내과 정기심포지움에서는 타그리소가 유독 한국에서 1차 치료에서조차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타그리소가 표준요법군에서 교차투여를 허용하고도 3년 이상의 유의미한 생존기간(OS)을 나타내며 전에 없던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아시아인 데이터 또한 다른 해석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타그리소는 표준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1차 치료에 대한 급여도 적용되고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EFGR 변이 비소세포암 환자 1차 치료에서 타그리소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

한국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타그리소 1차 급여에 대한 암질심 부결의 주된 요인은 아시아인 하위그룹 데이터에 대한 논란으로 약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며 "임상적 근거에 대해 소명이 되는대로 약가 논의에도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40~50%에서 흔히 뇌전이가 발생하는데 이에 폐 속 암세포뿐만 아니라 뇌 병변도 동시에 억제하는 것이 EGFR 표적항암제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타그리소는 다른 폐암치료제와 다르게 높은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보일 뿐 아니라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나타내 중추신경계 전이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했다. 뇌전이 환자 치료의 효과 면에서는 현재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독보적이며 대체치료제를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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