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시스틴’의 혈중 농도가 높을 때뿐만 아니라 낮을 때도 치매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아미노산 일종인 호모시스틴은 체내 수치가 증가할수록 치매 인자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촉진해 치매 및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을 높인다. 최근 호모시스틴 위험성이 알려지며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비타민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실제로 비타민제 섭취를 통해 체내 호모시스틴을 줄이고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에 의존해 전문의와 상의없이 비타민제를 오남용 하거나 채소나 과일을 통해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는데도 비타민제를 추가 복용한다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타민제 과다 섭취로 인해 호모시스틴이 적정 수치보다 떨어지는 '저(低)호모시스틴혈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호모시스틴 수치가 높을 때만큼이나 치매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ㆍ김기웅 교수팀은 2010년~2018년 한국 60세 이상 노인 2655명을 추적했다.

호모시스틴 수치에 따라 집단을 분류해 상대 평가한 결과 저호모시스틴 그룹(≤8.9mmol/L)은 정상군(9.0~10.5mmol/L)에 비해 8년 동안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이 최대 4.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모시스틴 수치가 높은 그룹의 위험도(정상군 대비 최대 4.9배)와 비교하더라도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저호모시스틴혈증이 높은 비타민제 섭취율과 관련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저호모시스틴 그룹의 비타민제 섭취율은 41.2%에 달해 전체 연구 대상자(28.4%)보다 크게 높았으며 특히 비타민 B군인 '엽산'과 '비타민 B12' 체내 농도가 높을수록 호모시스틴 수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비타민 B가 포함된 비타민제를 적절히 섭취할 시 신체 건강이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저호모시스틴혈증으로 인해 치매 위험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저호모시스틴혈증과 치매 및 알츠하이머병 위험도 간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최근 대부분 연구가 호모시스틴이 높을 때의 문제점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연구팀 성과는 치매 예방ㆍ치료 지침 마련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배종빈 교수는 "한국인은 다른 인종에 비해 김치 등 채소를 통한 비타민 섭취량이 높기 때문에 저호모시스틴혈증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평소 육식 위주 식습관으로 채소와 과일 섭취량이 적은 경우 비타민제가 효과적이지만 이미 식사를 통해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면 그 이상은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웅 교수는 "저호모시스틴혈증은 치매뿐만 아니라 말초신경 손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학계 보고가 있다"며 "이에 따라 비타민이 과잉 혹은 결핍되지 않도록 섭취량을 적절하게 관리한다면 치매 및 신경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인의 인지 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의 일환으로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Clinical Nutrition'에 게재됐다. 

배종빈 교수                   김기웅 교수
                                        배종빈 교수                                     김기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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